본문 바로가기

"알아서 잘 하겠지"…3년만의 메르스, 병원 방문자는 태평

중앙일보 2018.09.09 16:41
8일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 입구. '메르스 의심 증상'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정연 기자

8일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 입구. '메르스 의심 증상'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정연 기자

 
9일 오전 9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입구에 있는 직원들은 모두 턱 끝에서 눈 밑까지 가리는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내 중이었다. 응급실 접수 창구 앞에 대기하는 환자들도 대부분 하늘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전날 ‘메르스 환자 격리 입원’을 발표한 뒤 모습이다. 안내를 하던 직원은 “접수하러 들어오는 환자‧보호자는 일단 다 마스크를 쓰시라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응급실 뿐 아니라 본관 로비의 직원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메르스 공포’때처럼 N95 마스크 열풍 없어
180909 서울대병원. 김정연 기자

180909 서울대병원. 김정연 기자

 
반면 응급실 주변이 아닌 곳에선 마스크를 쓴 환자‧보호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낮 12시 50분,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본관 응급실까지 언덕길 300m를 올라가며 지나친 50여 명 중 마스크 착용자는 3명뿐이었다. 그나마도 일반 하늘색 마스크였다.
 
3년 전 ‘메르스 공포’때 너나할 것없이 입과 코를 꽉 막는 N95 마스크를 사용하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로비 접수창구 앞에 앉아있던 환자 한 명과 보호자 10명 중 마스크 착용자는 한 명 뿐이었다. 아이 두 명도 마스크를 끼고 있지 않았다. 아이의 보호자는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줄 몰랐다”며 "아예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8일 오후 6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을 발표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이후 3년만이다. 확진환자 A(61)씨는 7일 오후 5시에 귀국해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8일 새벽부터 서울대병원 음압병상에 격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8일 오후 메르스 원인 바이러스 검사결과가 나온지 2시간 만에 공개 발표를 결정했다. 3년 전 ‘삼성서울병원 경유’ 사실을 밝히지 않아 접촉자들이 무방비로 흩어져 큰 피해를 냈던 것과 달랐다.
 
“알아서 잘 하겠지, 괜찮겠지”
9일 서울대병원 로비에 앉아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 이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김정연 기자

9일 서울대병원 로비에 앉아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 이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김정연 기자

 
뉴스로 소식을 접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환자 이모(59)씨는 “삼성병원에서 진단하고 나서 여기로 왔다는데, 통로도 다르고 구역도 다르다고 하니까 괜찮겠지”라며 태평한 표정을 지었다.
 
퇴원하던 이최길(61)씨는 일반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병 때문에 쓰는 것"이라며 "메르스 때문에 그런 마스크(N95)까지 쓸 생각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는 “6인실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다 같이 뉴스로 메르스 소식 알았는데, 다들 별 반응 없더라”며 “옛날에 한 번 겪었으니 잘 하겠지”라고 말했다.
 
오후 1시 40분, 본관 앞 택시 대기줄에 있던 환자 3명과 보호자 5명도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휠체어에 앉아 코에 산소줄을 끼고 있던 김모(50)씨는 "메르스 소식을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서 마스크를 쓰라거나 하는 별도 안내는 못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건 병원에서 먼저 얘기해줘야 하는 거 아냐?”는 말도 했다. 심장 수술 후 퇴원을 앞둔 하상철(72)씨는 “지난번에 난리 났었잖아.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부터 방문객도 올라오지 말라고 해서 내가 직접 1층에 내려왔다”며 “사실 여기도 마스크 쓰고 나와야 하는데”라며 멋쩍어했다.
 
3년전 ‘메르스 사태’때보다 공포는 덜한 듯
이번 메르스 발병 사태에선 3년 전과 같은 공포감이 시민들 사이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2015년에 크게 혼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병원도 정부도 최대한 경계를 하고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전병율 교수도 “진행상황들을 수시로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공포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한림대학교 이재갑 교수는 “초동대응이 큰 문제가 없고, 밀접접촉자 수도 적어 대량확산의 여지가 적다”면서도 “학계에서는 기내 접촉자 440여명에 대해 진행되는 수동감시에 더해 ‘전화 등 접촉을 늘려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