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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서 변절했다고요? 내가 바뀐 게 아니라 북한 김정은이 달라진 겁니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두고 당내 이견이 불거진 가운데, 6일 만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판문점 선언 지지가 오히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견인해낼 수 있다"라며 “당내 일각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본래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한 뒤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로 활동하다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골수 주사파'였다. 출소 후엔 중국 등지에서 탈북자를 도왔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실상을 목격하면서 북한 민주화 운동가로 사실상 전향했다. 
 
따라서 '대학생 하태경'이 아닌 '정치인 하태경'은 누구보다 북한을 강하게 비판해 온 강골 보수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판문점 선언 등에 대해 다소 우호적 의견을 피력하자 '뭐야, 하태경이 달라진 거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 “북한에 대한 입장이 바뀐 이유가 뭐냐”고 묻자 “내가 바뀐 게 아니라 김정은이 바뀐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하태경 바른미래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바른미래당 당 대표에 도전하며 “반공 수구 보수 세력을 대체하는 새로운 야당 건설”을 외쳤던 그는 지난 2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득표율 22.8%로 손학규 신임 당 대표와 고작 4.2% 차이였다. 이념을 넘나들며 튀는 언행으로 대중의 시선을 받는 그를 4일과 6일 밀착마크했다.
 
4일 오전 7시, 서울역에서 하 최고위원을 만났다. 지방 일정을 마치고 새벽 기차로 서울에 도착한 그는 고정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에 가기 위해 서둘러 차에 탔다. 질문할 틈도 없이,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손 대표가 연정 안 하겠다고 전당대회 때 약속했어요. 민주당과 연정은 없습니다.” 손 대표가 민주당과의 연정을 시사했다는 당일 보도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일축했다. “현안을 바로바로 확인하느냐”고 했더니 “아침에 한 번 훑고, 페이스북에 생각을 올리는 거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예술계 병역 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예술계 병역 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과의 연정이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이 가속화될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손 대표는 한국당과 통합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중요한 쟁점은 연립정부다. 손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절대 안 할 거고, 이 정부 견제하는 게 우리 당의 역할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과의 무원칙한 연대는 없지만, 민주당과도 무원칙 연대는 없다는 게 지도부의 단일한 입장이다.
 
어떤 원칙이 있으면 연립정부가 가능한나.
현 정부가 경제를 지금처럼 하는데 어떻게 연대할 수 있나. 총선 이후에는 모르겠다. 총선 전에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본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심‧유심 논란이 있었다.
그건 국민의당 출신 후보인 둘(손학규‧김영환) 간의 논쟁이었다. 안심, 유심 파는 선거 전략이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이미 국민이 평가했다. 나는 안심도, 유심도 없는 홀로서기 선거를 했다. 나 자신만 팔았다.
 
손 대표를 제외한 선출직 지도부 3명이 다 바른정당 출신이다.
솔직히 그런 구분은 이제 무의미하다. 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다. 손 대표는 엄격히 말하면 원조 국민의당이 아니다. 나도 바른정당 출신이지만, 누구 이름 팔아 정치 안 했다. 결국 독자적으로 정치하고 선거운동했던 두 사람이 1, 2등을 했다. 3등 한 이준석 최고위원도 개성이 강한 정치인이다. 이번 지도부 탄생으로 바른정당·국민의당 구분은 흘러간 얘기가 됐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하러가는 차 안에서 직접 화장을 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하러가는 차 안에서 직접 화장을 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하 최고위원은 일주일에 2회 정도 라디오‧TV에 출연한다. 특유의 직설적이고 튀는 화법에 섭외가 많이 들어온다. 반면 따로 만난 자리에서는 신중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하러 가는 길에 끊임없이 질문지를 들여다보고 꼼꼼히 필기했다. 라디오 인터뷰가 끝나자, 하 최고위원은 다시 차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9시에 시작되는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하 최고위원은 이동 중 가방에서 주섬주섬 파운데이션을 꺼내 화장을 시작했다. “매일 화장을 직접 하느냐”고 묻자 “그럼요. 원래 이마까지는 안 바르는데…”라며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튄다’는 평가가 많다.
옛날엔 그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튄다는 말보다 ‘좌우 눈치 안 보고 할 말 한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듣는다. 초선 때는 어르신들에게 아이돌이었는데, 요즘엔 젊은 층이 많이 알아본다.
 
어르신들은 돌아선 건가.
탄핵 직후에는 꼴 보기 싫다는 어른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왜 안 지켰느냐’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반대한 보수와 찬성한 보수가 완전히 분화됐다고 본다. 극우 보수와 개혁 보수다. 극우 보수는 탄핵을 반대하고 헌법재판소를 부정하는 보수다. 그들은 보수가 아니다. 보수의 제1 요건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개혁 보수라는 말이 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칭 개혁 보수가 많다. 개혁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른데, 저는 그게 ‘냉전 반공주의 청산’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북한 정치도 내용은 독재이지만, 실질적인 경제 부분에서는 자본주의를 많이 도입했다. 그러니 북한 역시 과거의 공산주의가 더는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반공 깃발 아래 북한 타도를 외치는 부류가 많다. 그 사람들과 차별화해야 현 단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나마 보수가 생존할 수 있다. 나는 평화보수‧민주보수‧인권보수다.  
 
본인의 정치적 노선이 바뀐 것인가. 
바뀐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보수가 됐다. DNA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은 내가 6년 전 처음 정치 입문할 때의 대북관과 달라졌다고 한다. 당시 북한은 개혁개방을 반대했다. 주민이 굶어 죽고 인권이 최악이었다. 그런데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은 개혁개방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는 가급적 협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내가 아니라 북한 정권이 바뀌었다. 만약 지금도 계속 핵실험을 하고 남북, 북미 대화 안 한다면, 여전히 나는 누구보다 강력하게 '김정은 정권 타도'를 부르짖고 있을 거다. 
 
북한 정권이 바뀌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극우다. 100% 바뀐 건 아니라 해도 바뀌고 있는 건 맞지 않나. 홍준표 같은 사람은 ‘위장 평화 쇼’라며 여전히 북한을 타도 대상으로만 본다. 하지만 나는 북한이 진정성 있게 개혁개방을 하고 있으며, 진지하게 비핵화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협상을 쉽사리 포기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들과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 문제' 관련 긴급회의를 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들과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 문제' 관련 긴급회의를 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이날 하 최고위원에게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전날(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하 최고위원이 꺼낸 "세계 1등 방탄소년단은 왜 군 면제를 못 받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정부의 병역특례 제도 손질과 맞물려서다. 4일 원내대책회의를 끝낸 그는 급하게 다시 의원회관으로 이동해 보좌진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방탄소년단은 갑자기 왜 꺼낸 건가
갑자기가 아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문제 제기를 해왔다. 국제 콩쿠르에 입상한 음악·무용인은 병역이 면제되는데, 빌보드차트 1위를 한 방탄소년단은 그 특혜를 왜 못 받나. 대중음악에 대한 차별 아닌가.
 
팬들이 병역특례에 왜 방탄소년단을 굳이 언급하냐고 한다.
뉴스를 보니 오해가 있더라.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군 면제를 요청한다는 보도가 있던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병역특례의 잘못된 운영방식을 지적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을 예로 들은 거다. 왜 성악가는 군 면제가 가능하고, 대중가수는 안 되느냐는 상식적 문제 제기다. 특혜 자체는 최소화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특혜가 있더라도 공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번 논란으로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알려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회의를 끝낸 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 구축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소속 상임위인 국방위 위원들과 함께 국방부를 비공개로 방문했다. 5일엔 바른미래당에 신설된 병역특례제도개설 TF 위원장을 맡았다. “전당대회 전보다 바쁜 거 아니냐”고 묻자 “훌훌 털고 새로 시작해야죠. 하반기에는 한국사회의 숨은 특권을 모조리 폐지하는 데 주력할 겁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뒤에 한마디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권폐지 하태하태(하 최고위원의 별명)!"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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