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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주민·관광객 이동권 vs 환경보호...흑산도공항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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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주민·관광객 이동권 vs 환경보호...흑산도공항의 운명은?

중앙일보 2018.09.07 01:40
흑산도공항 예정지. 섬의 북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국토교통부]

흑산도공항 예정지. 섬의 북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국토교통부]

 흑산도(黑山島).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섬으로 크기는 대략 20㎢쯤 되고 인구는 2000여명입니다. 목포에서 약 97㎞가량 떨어져 있는데요. 
 
 홍어로도 유명한 이 섬은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이 돌아 멀리서 보면 산과 바다고 모두 검게 보인다고 해서 '흑산(黑山)'으로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흑산도공항 건설 둘러싼 찬반 팽팽  
 요즘 이 섬을 둘러싼 논란이 제법 시끄럽습니다. 정확히는 '흑산도공항'을 둘러싼 찬반 논쟁인데요. 해당 지자체와 주민 상당수는 공항건설에 찬성하지만, 환경단체와 일부 정치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흑산도공항 조감도. 1160m 짜리 활주로 하나와 여객터미널 등을 갖추게 된다. [국토교통부]

흑산도공항 조감도. 1160m 짜리 활주로 하나와 여객터미널 등을 갖추게 된다. [국토교통부]

 정부가 지으려는 흑산도공항은 흑산도 북동쪽 끝자락의 55만㎡ 부지에 1160m짜리 활주로 하나와 여객터미널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사업비는 1830억원가량인데요. 
 
 작은 소형공항인 만큼 취항할 항공기도 프랑스의 항공기제작사인 ATR이 만든 50인승 쌍발 터보프롭인 'ATR 42'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비행기는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의 전신인 한성항공이 도입해 운영하던 기종과 거의 같습니다.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50인승 규모의 ATR42. [중앙포토]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50인승 규모의 ATR42. [중앙포토]

 정부가 당시 흑산도공항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흑산도와 인근 섬 지역에 여객선의 대체·보완 교통수단 제공 ^유사시 흑산 주민의 응급수송에 활용 ^해양영토 수호를 위한 해양경찰 전진기지 구축 등입니다. 
 
정부 "결항 잦은 여객선 대체 필요"  
목포항과 흑산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하루 4번 출항하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앙포토]

목포항과 흑산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하루 4번 출항하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앙포토]

 흑산도는 육지와의 유일한 연결수단인 여객선(1일 4회 왕복)의 결항률이 11%에 달해 대체수단이 꼭 필요하다는 건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온종일 여객선 운항이 불가능했던 날이 52일, 하루 1회 이상 운항이 통제된 날이 115일이나 됐습니다.    
 
 정부는 흑산도공항이 생기면 관광 수요도 늘어나 2050년에는 항공수요가 연간 100만명에 달하고,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하는데요.  
 
 서울을 기준으로 열차(KTX)와 배를 이용할 경우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흑산도까지 약 6~7시간이 소요되지만,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1시간이면 도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광객의 접근이 그만큼 쉬워진다는 설명입니다.    
 또 응급환자 발생 시에도 공항을 통해 더 빠른 대처와 수송이 가능하고, 공항 내에 해양경찰 시설을 설치해 전진기지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흑산도공항 노선도

흑산도공항 노선도

 2009년께 이 같은 내용으로 흑산도공항 사업의 추진이 결정됐고,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B/C) 결과가 무려 4.38이 나왔는데요. 통상 1이 넘으면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4.38이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인 겁니다.   
 
 2016년 국립공원위에서 사업 제동 
 나름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은 2016년 11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립니다. 흑산도공항 예정지의 98%가 다도해 국립공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공항을 지으려면 공원계획을 바꿔야 하는데 이 요청이 반려된 겁니다.  
버드스트라이는 자칫 항공기 안전에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중앙포토]

버드스트라이는 자칫 항공기 안전에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중앙포토]

 흑산도가 철새의 주요 이동 경로인 탓에 버드스트라이크(항공기 조류충돌·BIRD STRIKE) 가능성을 재검토하라는 이유에서인데요. 이후 보완서 제출과 재보완 요구 등이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등은 ^국립공원 내 산림과 희귀 조류의 터전 훼손 ^버드스트라이크 등 안전 문제 ^신뢰하기 어려운 경제성 분석 결과 등을 들어 공항건설에 반대합니다. 
흑산도에 있는 철새전시관 내 박제된 철새들. 자연에서 폐사한 철새를 활용해 만들었다. [중앙포토]

흑산도에 있는 철새전시관 내 박제된 철새들. 자연에서 폐사한 철새를 활용해 만들었다. [중앙포토]

 이들은 공항을 건설할 경우 8만주가 넘는 수목이 훼손되는 데다 정부가 철새의 대체서식지 6곳을 조성한다고 해도 여러 곳으로 흩어져있기 때문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환경단체 "환경 파괴, 안전 우려" 반대
 또 흑산도 공항의 활주로 길이 1160m에 불과해 연료와 승객, 화물을가득 실은ATR 42가 안전하게 이륙하기에는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활주로가 젖은 상태에서는 최대 이륙거리가 1200m를 넘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경우 짧은 활주로로 인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얘기인데요.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좀 다릅니다. 항공기 제작사인 ATR 사가 작성한 매뉴얼에 따르면 ATR 42는최대항속 거리가2000㎞ 안팎이어서 400㎞가 조금 넘는 흑산도까지 비행할 경우 항공유를 가득 채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무게가 그만큼 덜 나가기 때문에 이·착륙 때 필요한 거리가 짧아진다는 겁니다.   
ATR42는 최대항속거리가 2000㎞ 가량으로 단거리용 항공기다. [중앙포토]

ATR42는 최대항속거리가 2000㎞ 가량으로 단거리용 항공기다. [중앙포토]

 이를 고려하면 활주로가 젖었다 해도ATR 42의 이륙거리는 1050m, 착륙은 1080m가량이 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따져보면 1160m인 활주로 길이가 짧지 않다는 건데요. 이 길이를 정한 건 산을 최대한 덜 깎고 매립면적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번 논란에서 오히려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성 분석인 것 같습니다. 2011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4.38이던 B/C가 2017년 보완서에서는 2.6으로 크게 낮아졌고, 2018년 재보완서에선 다시 1.9~2.8로 바뀐겁니다. 
이상돈 의원이 지난달 17일 흑산도 공항건설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상돈 의원이 지난달 17일 흑산도 공항건설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매번 수치 바뀐 경제성분석도 논란
 환경단체에서는 고무줄 잣대를 들이댄 경제성 분석을 믿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항공수요 예측 등이 매번 바뀌는 건 그만큼 사업 타당성이 떨어지기 때문 아니냐는 겁니다. 
 
 반면 정부에서는 "환경부와 환경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조건 등을 다 대입해서 산출했는데도 B/C가 1.0을 훨씬 넘게 나온다. 그만큼 사업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흑산도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흑산도주민들이 상경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흑산도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흑산도주민들이 상경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첨예하게 찬반 논란이 대립하는 사이 흑산도 주민들은 서울까지 올라와 "흑산공항 건설을 조속히 시행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2017년 실시한 주민여론조사에서 77%가 공항건설에 찬성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주민 이동권 확대냐, 환경보호냐의 충돌인 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여객선에만 의존하는 흑산도의 교통수단을 보다 다양화해야 할 필요는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가속화되는 등의 부작용은 없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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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대로라면 오는 19일 다시 국립공원위원회가 열리는데요. 이번에는 명확한 결론이 내려져서 소모적인 논쟁이 끝났으면 합니다. 흑산도공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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