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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도 막을 수 없었다 … 노시훈의 프로야구 도전기

중앙일보 2018.09.07 00:05
경상남도 마산용마고 에이스인 오른손 투수 노시훈(20)의 머리에는 깊은 흉터가 있다. 머리의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22㎝ 가량이 머리띠를 한 것처럼 그어져 있다. 2년 전 뜨거웠던 여름 뇌종양이 발견돼 2차례 수술을 받고 생긴 상처다. 고교 2학년으로 한창 프로야구 선수 꿈을 꾸고 있던 노시훈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목동구장에서 포즈를 취한 마산용마고 투수 노시훈. 김경록 기자

목동구장에서 포즈를 취한 마산용마고 투수 노시훈. 김경록 기자

지난달 서울 목동구장에서 만난 노시훈은 "전국대회를 한창 치르고 있던 무더운 여름이라서 단순히 더위를 먹은 줄 알았다. 마운드에 서 있는데 어지러웠다. 바로 감독님이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시훈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시훈의 아버지 노기환(55)씨는 이상한 직감이 들었다. 노씨는 "서울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그런데 뇌종양이라고 하더라. 너무 놀라서 시훈이에게는 처음에 말을 못했다"고 말했다. 
 
노시훈은 바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전신 마취를 하고 머릿속 종양을 제거하는 1,2차 수술을 연달아 받고 나니 점점 아픈 현실이 느껴졌다. 그는 이후에도 방사선 치료를 받느라 수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학교는 쉬어야 했고, 야구공은 손에 쥘 수 없었다. 펑펑 우는 아버지와 옆에서 간호해주는 어머니와 누나를 보고는 힘든 내색도 할 수 없었다. 노시훈은 "왜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아픈 건지 너무 억울했다. 야구를 해서 아픈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당시에는 앞으로 야구를 안 하겠단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노시훈은 퇴원 후에 야구의 '야'자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프로 선수가 되고 싶었던 노시훈의 열망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누나의 권유로 오랜만에 간 교회에서 울면서 기도를 하다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며 야구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결심을 들려줬다. 
 
2016년을 수술과 치료로 보낸 노시훈은 2017년엔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에 돌입했다. 등산을 하고 수영하면서 기초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고 다시 야구부 문을 두드렸다. 김성훈 마산용마고 감독은 돌아온 노시훈을 반갑게 맞이했다. 김 감독은 "워낙 재능이 있는 친구라서 재기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2017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와 경기가 열린 마산구장에서 시구하고 있는 노시훈. 양광삼 기자

2017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와 경기가 열린 마산구장에서 시구하고 있는 노시훈. 양광삼 기자

 
 
노시훈은 너무 오래 야구를 쉬어 1년을 유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수술 이후 1년 반 만에 공을 던졌다. 노시훈은 "사실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무서웠다. 혹시 공이 제대로 나가지 않을까봐, 구속이 너무 떨어져 있을까봐 두려웠다"고 했다. 당시 그가 던진 직구는 시속 140㎞대였다. 1년 반 동안 한 번도 공을 던지지 않았던 것치고는 빠른 구속이었다. 그때부터 노시훈의 '프로야구 선수' 꿈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노시훈은 올해 14경기에 나와서 33과3분의2이닝을 던져 3승, 평균자책점 3.71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16년 1경기에 나와 1과3분의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르게 성장했다. 큰 수술 이후에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진 셈이다. 올해 최고 구속은 시속 144㎞다. 아프기 전에는 최고 시속 145㎞까지 나왔다. 
 
노시훈은 "구속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수술 이후에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하고 몸 건강에 더욱 신경쓰면서 몸 상태가 최상이다"라고 전했다. 노시훈은 현재 키 1m88㎝·몸무게 94㎏이다. 수술 전에는 키 1m87㎝·몸무게 92㎏이었다. 아버지 노씨는 "시훈이가 3개월 마다 병원 검사를 받았는데, 몸 상태가 아주 좋다고 한다. 이제 완치 판정도 받았다"고 했다. 
 
 
마산용마고 투수 노시훈. 김경록 기자

마산용마고 투수 노시훈. 김경록 기자

노시훈은 오는 10일 열리는 '2019 KBO 신인 드래프트'를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서 지명되면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내가 이 순간을 맞이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얼떨떨해 했다. NC 다이노스의 양후승 스카우트 팀장은 "노시훈이 전보다 훨씬 실력이 늘어 돌아왔다. 힘든 일을 극복한 것도 대단하다. 프로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노시훈은 신인 드래프트에 가족과 함께 참가할 예정이다. 아버지 노씨는 "사실 수술 이후에 야구를 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커 머리에 혹이 생겼나 싶었다. 솔직히 야구로 억만금 안 벌어도 좋다. 우리 시훈이가 건강한 게 더 중요하다"면서 "그런데도 아들이 '야구가 좋다'고, '다시 하고 싶다'고 하는데 말릴 수가 없었다. 그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인 시훈이가 프로야구 마운드에서 공 한 개라도 던져봤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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