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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동네에 패션쇼 열고, 예식장에 전시장 만들고 …

중앙일보 2018.09.07 00:02 종합 25면 지면보기
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활동가 대회’ 개막행사. 전국에서 모인 300여 컬처디자이너들이 활동가 카드를 들고 행복한 세상을 디자인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활동가 대회’ 개막행사. 전국에서 모인 300여 컬처디자이너들이 활동가 카드를 들고 행복한 세상을 디자인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첫걸음은 작지만 위대했다. 6일 대전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는 전국에서 모인 혁신활동가들의 열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개막한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활동가 대회(Better Together Challenge 2018)’에 300여 명의 컬처디자이너·체인지메이커 등 활동가들이 참여해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다양한 실천 사례와 경험을 발표했다.
 

제1회 지역혁신활동가 대회 개막
‘더 좋은 세상’ 꿈꾸는 시민들 잔치
전국 84개팀 이틀 동안 경연 벌여

역사 대중화 단체 만든 고교생부터
장애 유기견 돕는 60대까지 참여
“작은 실천이 사회 바꾼다” 공감대

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17개 시·도가 함께 개최하는 ‘2018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의 행사 중 하나로 열렸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최하고 글로벌 문화운동 단체 월드컬처오픈(WCO)이 주관한다. 개막행사에서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혁신이란 내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고 우리 사회 사랑과 연대의 출발점”이라며 “혁신을 몸소 실천해온 활동가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미래”라고 말했다.
 
대회는 콘테스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전 서류 심사를 통과한 84개 팀이 6일 각각 5분씩 활동 사례를 발표하며 예선을 치렀고, 이 중 16개 팀이 결선에 올라 7일 다시 경연을 벌인다.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김미진 성심당 이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과 청중평가단의 점수를 합해 최종 5개 팀을 선정, 혁신상·공감상 등을 시상할 계획이다. 또 이 중 한 팀에게는 오는 10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개최되는 ‘청년혁신가 글로벌 포럼’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할 기회를 제공한다.
 
더 좋은 세상,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방식은 백인백색이었다. 고교생인 강사빈(17)군은 지난해 12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역사진흥원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어린 나이지만 “역사의 학술대중화와 대한민국의 역사 인식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는 누구보다 옹골찼다. 이철(60) 워크앤런 대표는 장애 유기견에게 무료로 휠체어와 보조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는 “작은 손만 뻗쳐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다. 유기견들을 도우며 얻는 행복이 내가 주는 도움보다 천배만배 큰 것 같다. 그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태헌(23)씨는 무궁화 그림을 넣은 스티커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한 일화를 소개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의 유래와 어원·특성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며 “무궁화 관련 정보를 담은 콘텐트를 제작, 페이스북 등 SNS에 올려 1만7000여 명이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컴퓨터 배경화면용 무궁화 이미지도 제작하고 무궁화 손거울·스티커·리플릿 등 무궁화 굿즈 500세트를 무료로 배포했다”면서 “무궁화 굿즈를 받은 사람들이 무궁화를 널리 알리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극단 디딤돌의 신바람(35)씨는 안전불감증을 소재로 한 연극 공연을 6년째 하고 있다. 신씨는 “안전이라는 딱딱한 주제에 연극과 음악을 접목하니 누구에게나 쉽게 안전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혁신활동가 대회 개막행사 참가자들이 젬베 등 타악기를 연주하며 흥을 돋우고 있다.

지역혁신활동가 대회 개막행사 참가자들이 젬베 등 타악기를 연주하며 흥을 돋우고 있다.

침체된 지역을 살리는 일에도 혁신활동가들의 활약이 컸다. ‘창신은대학’의 곽나래(27)씨는 봉제마을로 불리는 서울 창신동에서 3년간 활동한 기록을 소개했다. 곽씨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창신동을 기록한 언덕영화제를 개최하고, 잡지·영상을 제작해 창신동을 알리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청년들이 봉제기술을 배워 버려진 천으로 옷을 만들고 마을 패션쇼를 개최했다. 청년과 지역 주민이 머리를 맞대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단체네트워크인 ‘벽의민족’의 표정만(24)씨는 대학생 150여 명이 참여한 서울 신길동 벽화그리기 대장정을 소개했다. 표씨는 “신길동에 얽힌 추억과 가치를 담은 메세지를 모아 벽화사업을 구상했다”며 “지역을 확 바꾸고 싶다는 주민들의 바램을 이메일로 보내 세상에 알렸다. 22개 대학에서 봉사자가 모이고 1년간 쓸 수 있는 페인트도 한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충북 청주에서 온 이용강(61)씨는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는 “예식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전시·문화체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국가가 주도하는 지역재생 사업보다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버려진 공중전화부스를 녹음실로 활용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글소리부스’ 김민관(32) 운영자 ▶북한 카드게임 ‘사사끼’를 알리며 남북청년들의 심리적 간극을 줄이는 활동을 벌이는 동호회 ‘끼모임’ 한가선(31) 활동가 ▶제주어로 노래하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의 이애리(46) 단장 등이 독창적인 활동 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대회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활동해온 컬처디자이너들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일반인들의 자서전 출간 사업을 펼치고 있는 박범준(45) 꿈틀 편집장은 “관심 분야가 다른 여러 활동가들의 다양한 에너지를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고 말했다. 청중으로 참여한 권영민(32)씨는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로 사회에 긍정적인 힘을 더하는 지역혁신가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대전=이지영·최종권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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