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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김학범 “우즈베크전 눈물, 나조차도 힘들었다”

중앙일보 2018.09.06 11:04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는 김학범 감독.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는 김학범 감독. [연합뉴스]

 
냉철한 승부사도 힘겨운 승부 앞에서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김학범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힘겨웠던 순간으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꼽았다.
 
김 감독은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모든 분들이 우즈베키스탄과 경기가 결승전이라 생각하셨을 것”이라면서 “경기를 하면서 (우즈베크가) 좋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힘들었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한국은 우즈베크와의 8강전에서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혈투 끝에 4-3으로 승리해 4강에 올랐다. 이후 베트남과 일본을 연파한 한국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코칭스태프를 대동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김학범 감독.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코칭스태프를 대동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김학범 감독. [연합뉴스]

 
우즈베크전 직후 스탠딩 인터뷰 도중 감정이 북받쳐올라 말을 잇지 못했던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나조차도 힘들었다. (역전을 허용했을 때) 이렇게 끝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장 마지막 15분을 남겨두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선수들도 지쳤고, 눈빛도 흐려졌다. 정말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나도 축구인생을 걸었다. 많은 장면이 머릿속에 지나갔다"면서 "이겨서 좋았지만,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한계도 느껴져 자괴감이 들었다. 경기 끝난 뒤 벤치에 주저앉았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고 했다. 포기할 뻔한 순간을 딛고 다시 역전을 이룬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마음이 울컥했다는 게 김 감독의 고백이다.
 
김학범 감독은 ‘학범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한국의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라는 의미다. 전술적으로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칭찬도 질책도 적극적으로 하는 화통한 성격의 영향도 있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를 이끌던 시절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호통을 친다고 해 ‘헤어 드라이어’라는 별명으로 불린 바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공격수 이승우(오른쪽)를 격려하는 김학범 감독. 김성룡 기자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공격수 이승우(오른쪽)를 격려하는 김학범 감독. 김성룡 기자

 
“선수들에게 ‘우리가 상대에 비해 더 간절한 상황인데 치열하게 못 하면 우승할 수 없다’고 혼을 내곤 했다. 힘든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계기였다”고 밝힌 그는 “칭찬은 잘 못 해줬고, 많이 혼냈다. 베트남과 일본을 누르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김 감독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가득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인맥 축구’ 논란을 불러 일으킨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 발탁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황의조는 성남에 있을 때 지켜본 선수다. 당시에도 출전 시간이 짧은데도 슈팅은 가장 많이 시도했다”고 옛 기억을 떠올린 그는 “기대가 큰 선수였기 때문에 일본으로 직접 확인하러 갔다. 소속팀 감바 오사카는 차출에 반대했지만, 협상을 통해 승낙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 직후 김학범 감독을 번쩍 안아올려 기쁨을 나누는 공격수 손흥민.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결승전 직후 김학범 감독을 번쩍 안아올려 기쁨을 나누는 공격수 손흥민. [연합뉴스]

 
김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꿰찬 황의조는 9골을 터뜨리며 대회 득점왕에 올라 자신과 관련한 논란을 스스로 지웠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성남 시절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선수였고, 준비가 된 선수다. 대표팀에서도 고무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황희찬(함부르크)을 후반에 교체 카드로 자주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손흥민과 황의조가 상대 수비에 묶일 경우 헤쳐나갈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반에 투입되는 선수는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카드가 필요했다”면서 “선수들에게도 ‘정해진 베스트일레븐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1명이 뛰지만, 승리는 20명 엔트리 모두의 것이라 강조했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우승 직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김학범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우승 직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김학범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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