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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실수요자만 잡는 부동산 대책

중앙일보 2018.09.06 00:36 종합 29면 지면보기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불안한 부동산 시장은 사회 문제로 비화했다. 매도·매수 시점을 잘못 잡아 가정불화로 이어지거나 집값 상승에 따른 박탈감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일이 다반사다. 주택 유무에 따라 계층이 갈리는 ‘하우스 디바이드(House Divided)’ 현상까지 나타난다.
 
천장 뚫린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다. 결국 급하게 또 대책을 내놨다.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규제다.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이용돼 집값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와 관계가 적은 무주택자를 왜 건드리냐’는 반발이 거셌다. 기존 대출자들은 만기가 돌아올 경우 새 요건을 충족 못 해 피해를 볼 수 있다. 맞벌이 가구는 7000만원이라는 소득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며 불만이다.
 
정부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당장 ‘실수요 1주택자’까지 투기 세력으로 몬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해외·지방 근무나 사업상의 어려움 등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팔아야 할 애꿎은 1주택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비판도 거셌다. 세금을 아끼려 매도 시점이 늦어지면 시장의 매물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정책 모두 정부가 잡아야 할 투기꾼 대신 엉뚱한 실수요자들에게 ‘메스’를 들이댄 형국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국가가 집값 규제에 나서는 까닭은 집값 상승이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급조한 정책 면면을 보면 되레 실수요자인 무주택·1주택자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가뜩이나 거래가 줄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졌다. 매매가 줄면 전·월세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
 
반면 정부가 부동산 급등의 ‘원흉’으로 지목한 시장 투기세력이 당국에 적발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투기꾼은 못 잡고 애매한 중산층·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잡다단한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밀하고 다각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장과 실수요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지금처럼 설익은 정책이 반복되는 한 아늑한 집 한 채를 원하는 중산층·서민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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