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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안전조치 없이 진압 강행한 경찰 지휘부 책임”

중앙일보 2018.09.06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용산참사 조사 결과가 발표된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책임자 처벌’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용산참사 조사 결과가 발표된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책임자 처벌’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가 “용산참사의 책임은 안전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진압을 강행한 경찰 지휘부에 있다”고 5일 밝혔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쌍용차 사건에 이은 세번째 진상조사 결과다. 조사위가 과잉진압 의혹을 구체적으로 짚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볼트 새총’이나 화염병 등이 동원된 시위의 폭력성은 외면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조사위
“철거민과 협상 노력 없이 진압
댓글팀 동원 여론조작 사과해야”
일각선 “폭력시위에 면죄부”

이날 조사위는 “경찰이 숨진 경찰특공대원과 철거민들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조사위는 “경찰이 계획과 달리 크레인 등 장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압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또 철거민들과 협상 노력 없이 농성 25시간 만에 진압 작전을 펴 사태를 키웠고, 이후 ‘댓글팀’을 동원해 여론 조성에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남일당 빌딩 옥상에서 ‘망루 농성’을 하다가 진압 과정에서 불이 나 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이다. 법원은 화염병을 투척한 철거민 등 24명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혐의를 적용, 최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이들을 특별사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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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의 연이은 조사결과를 놓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불법 시위에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경찰청 진상조사위 판단은

경찰청 진상조사위 판단은

이날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가족들은 “과잉진압에 의한 참사라는 게 공식 인정됐다”며 “김석기(당시 서울경찰청장 겸 경찰청장 후보자, 현 자유한국당 의원)를 수사,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경찰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참사의 직접 원인은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었다. 조사위가 폭력시위는 언급하지 않고 경찰을 가해자로, 시위대는 피해자로 규정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사위 측은 조사 대상이 경찰 내부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남영 조사위원장은 이날 “철거민의 잘못을 조사하는 것은 저희의 소관이 아니다”고 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시위가 폭력적이라고 해도 경찰 공권력 행사는 인권과 안전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권력의 과잉 행사는 물론 폭력시위 역시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도 인권친화적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지만, 폭력 시위는 예외 없이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도 그간 국민의 안전이 아닌 정권의 안위를 위해 역할을 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선진국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대신 불법행위는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시위대가 경찰 지시에 불응하거나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면 현장 체포를 원칙으로 한다. 지난 3일 시카고 행진시위에서 경찰은 도로 철수 경고를 무시한 시위참가자들을 즉시 체포했다. 프랑스 경찰은 지난 5월 노동절을 맞아 열린 노동 개혁 반대집회에서 일부 복면 시위대가 과격 시위를 벌이자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 109명을 체포했다.  
 
손국희·김다영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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