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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명목 동의없이 의료정보 빼낸 건 위헌

중앙일보 2018.09.06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헌법재판소가 경찰이 수사를 위해 요양 급여 같은 개인정보를 따로 빼내는 행위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각종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개인정보 과도한 요청 제동
불법 시위 채증엔 합헌 결정

헌재는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경찰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해 요양급여 내역을 지급받은 행위는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5년 전인 2013년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국철도노조 간부 김모씨 등 두 명의 위치를 파악할 목적으로 이들이 다닌 병원과 각종 진료 내용, 진료 시기 등이 포함된 요양급여 내역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았다. 이에 노조간부 김씨 등은 “본인 동의없이 건강보험공단이 경찰에 개인 정보를 제공한 행위는 헌법 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2014년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미 위치추적을 통해 철도노조 간부들의 위치를 확인했기 때문에 의료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요양급여 내용을 요청할 필요성이 적었다”고 밝혔다.
 
반면 헌재는 불법 시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시위 현장에서의 증거 수집 행위에 대해선 재판관 4대 5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 근거가 된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규칙에 관해서는 청구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했다. 법률이 아닌 경찰청 내부 행정규칙에 불과해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 8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은 신촌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당시 종로경찰서 정보 경찰들은 시위대가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을 계속하자 카메라를 이용해 증거 수집을 계속했다. 이에 대해 연대 로스쿨 학생들은 “초상권뿐 아니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집회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시위가 원래 신고범위를 벗어난 다음부터 채증이 진행됐고, 불필요한 마찰 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채증행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진성·김이수·강일원·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여러 개의 카메라로 집회 참가자의 얼굴을 근거리에서 촬영하는 것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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