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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미국에 칼 맞았는데…한미FTA 개정안에 안도하는 한국 車

중앙일보 2018.09.04 16:05
 한미FTA 2차 개정 협상 중인 한미 양국 협상단. [연합뉴스]

한미FTA 2차 개정 협상 중인 한미 양국 협상단. [연합뉴스]

 
'내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았다.' 
3일 공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에 대한 자동차 업계 평가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자동차·자동차부품 등에서 공정한 상호무역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분야를 꼭 찍은 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 1·2위가 자동차·자동차부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단히 별렀던 미국의 태도를 생각하면 잃은 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반응이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한국이 빠르게 한·미 FTA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개정안 발효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한·미 FTA 주요 개정 내용은 세 가지다. 일단 원산지 기준 상향 요구는 한국이 방어에 성공했다. 미국이 이 분야에서 제시한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 자동차 부품의 절반(50%)을 미국에서 만든 제품으로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둘째 한·미 양국에서 직접 생산한 부품이 전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율(현행 35%)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지민철 자동차산업협회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이 비율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수준(협상 당시 62.5%)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완성차 제조사가 무리하게 미국산 부품 사용을 확대하면 부품 수급비용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하락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는 미국의 ‘창’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양국 원칙적 동의 사실을 알린 미국무역대표부. [미국무역대표부 홈페이지]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양국 원칙적 동의 사실을 알린 미국무역대표부. [미국무역대표부 홈페이지]

 
특히 최근 미국과 멕시코가 협상 타결을 선언한 나프타 개정안을 보면 한국 성과는 돋보인다. 양국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나프타 국가에서 생산한 자동차 부품의 비율(부가가치 기준)을 상향조정(62.5%→75%)하는데 동의했다. 멕시코에서 만든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려면, 부품 4개 중에서 3개는 미국·캐나다·멕시코산 제품만 써야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정안은 또 한국산 픽업트럭을 미국에서 판매할 경우 관세(25%)를 철폐하는 시점을 2041년 1월 1일로 유예했다. 앞으로 23년간 사실상 한국산 화물차를 미국에 팔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 자동차 수출 시장 문에 좁아졌다는 점에서 좋은 일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팔린 차량 100대 중 16대는 픽업트럭이었다(판매대수 기준).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카드는 ‘원산지 규정’ 카드와 맞바꾸기 위한 일종의 ‘미끼’로 알려진다. 이 관계자는 “모든 카드를 쥐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만족시키면서 사실상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가장 타격이 적은 카드가 픽업트럭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협상 전략이 통했다는 뜻이다.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양국 원칙적 동의를 알린 미국무역대표부. [미국무역대표부 홈페이지]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양국 원칙적 동의를 알린 미국무역대표부. [미국무역대표부 홈페이지]

 
한편 개정안은 안전·환경 규제 완화도 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안전 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차량 대수를 늘렸다(제조사당 2만5000대→5만대). 다만 주요 미국 자동차 제조사는 여전히 연간 할당량(2만5000대)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수입 시장을 내주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또 차기 자동차 연비·온실가스 기준을 설정할 때 미국 기준을 고려하기로 했다. 이 역시 자동차 업계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미국산 차량 규제가 완화하면 한국 완성차도 똑같이 완화해달라고 요구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미FTA개정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뉴스1]

한미FTA개정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뉴스1]

 
다만 한·미 FTA 개정안을 두고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리려면 아직 ‘고율 관세’라는 변수가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자동차부품에 고율 관세(최대 25%)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의 미국 수출 경쟁력은 거의 제로가 되기 때문에 자동차 분야에서 한미FTA 효과는 완전히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약 관세를 25% 부과한다면 한국 완성차 수출대수는 최소 30만 대 이상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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