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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출제한 하면 SGI로 전세대출 받으면 되지"

중앙일보 2018.09.04 15:54
한 포털사이트의 대표 부동산 카페에 지난달 30일 ‘전세자금 대출 논란에 대한 깔끔한 정리글(해결방안 포함)’이란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회원은 “정부가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의 전세대출 보증을 막는다면 소비자들은 SGI서울보증(이하 SGI)의 전세 보증을 쓰면 된다”고 적었다. 전날 시장엔 정부가 가계대출 대책의 하나로 주금공의 전세대출 보증 발급 요건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정부 다주택자에 주금공 전세보증 제한
하지만 SGI 보증은 제한 대상서 제외
정부 “민간 기업에 정책 압박할 수 없어”
SGI, 보증시 전세보증금 제한 없어
다주택자, 강남 등 투기지역서 애용
인터넷선 “주금공 보증 막아도 SGI 이용하면 된다”

한 포털사이트 대표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부동산 투자자들의 전세자금대출 관련 게시글들 [해당 카페 캡쳐]

한 포털사이트 대표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부동산 투자자들의 전세자금대출 관련 게시글들 [해당 카페 캡쳐]

이 카페에는 이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다음날인 31일엔 다른 회원이 ‘전세대출 규제의 문제점 및 규제 전망에 대한 소견’이란 글을 통해 “만일 주금공 상품이 안 되면 주택도시보증(HUG)으로 하면 되고 여기도 안 되면 SGI 상품으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SGI 보증만 살아있으면 서울 아파트 영향 무(無)’란 제목의 글도 눈에 띄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 보증 발급 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출구 찾기’가 한창이다. 특히 정부의 전세대출 주요 규제 대상인 다주택자와 고소득자 사이에선 ‘SGI의 보증을 통하면 얼마든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공유되고 있다.
 
정부는 10월부터 다주택자와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 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아예 전세보증을 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전세대출을 제한한다는 게 방침의 요지다. 당초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가구에 대해서도 전세보증을 제한하려 했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무주택자는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1주택자도 일부 축소된 보증 한도를 제공하는 걸 전제로 전세보증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전세대출 보증 요건 강화 방침을 주금공에 적용하기로 확정했고, 공공보증기관인 HUG에도 적용하는 방안은 적극 검토중인다. 하지만 총 전세보증 공급액(74조원)의 16.2%(12조원)를 담당하고 있는 SGI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이다. SGI가 민간 보험사라는 이유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이 결정은 정부와 시장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규제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는 다주택ㆍ고소득자의 전세대출 투자 수요가 대부분 SGI를 통해 소화되고 있어서다. 
 
수도권에서 전세보증금 5억원 이하 물건에 대해서만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주금공 및 HUG와는 달리 SGI는 전세보증금이 얼마가 됐든 보증서를 발급해준다. 이 때문에 애초 투기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 강남 지역 일대에선 전세대출 대부분이 SGI 보증을 담보삼아 발급됐다.
 
대표적 투기지역인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은행원은 “대부분의 은행은 여러 전세 보증 상품 중 국민주택기금 계정으로 분류되는 HUG 보증을 1번으로 삼고, 은행 계정으로 분류되는 주금공 보증을 2번으로 잡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이 상품들은 전세보증금 한도가 5억원(수도권)으로 한정돼있어 투기지역에선 거의 취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강남 3구에선 전세대출 거의 전부가 한도 제한이 없는 SGI 보증을 기반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한정하는 조건으로 SGI에 대해서도 전세보증 제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 발급 요건 강화 방안에는 다주택ㆍ고소득자가 주택구매 전용이 의심되는 전세대출을 쉽게 받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SGI를 제외시키면 정작 문제가 되는 투기지역은 규제 대상에서 비껴가기 때문에 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게 SGI 규제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이 은행원은 “정부가 SGI를 건드리지 않은 채 공공 보증기관만 묶어버리면 결과적으로 실수요 서민만 잡고 투기 수요는 방치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은행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실제 일부 은행에서는 SGI를 전세대출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한다. 강서구 염창동 인근 지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은행원은 “다주택자거나 고소득자인 고객 중 앞으로 전세대출을 못 받는 것 아니냐면서 불안해하는 고객에겐 SGI 보증 상품을 소개해준다”며 “정부가 이번 정책을 통해 제재를 가하기로 한 건 주금공 보증에만 국한돼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민간 보험사인 SGI 측에 압박을 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적보증기관은 정부의 세금이 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에 정책적 목적에 따라 다주택, 고소득자에 대한 전세 보증을 일부 제한하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에 의해 경영되는 SGI 측에 정부 입장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본다.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시장에 의해서 자정돼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목적과 시행 사이의 괴리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일 필요가 있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자금 대출 제한 정책은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 하려는 건데 정부가 급한 마음에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시행부터 하고 보려는 것 같다”며 “자칫하다가는 집값은 못 잡으면서 보증 한도 탓에 소비자들만 SGI 보증 상품으로 몰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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