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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못 지켜주는 가짜 방화문제작...인천경찰, 105명 검거

중앙일보 2018.09.04 14:57
화재 발생시 방화문(왼쪽)은 멀쩡한 반면 일반 철문은 휘어지며 불길이 훤히 보인다. 인천지방경찰청은 4일 경기도 화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화재 발생시 방화문(왼쪽)은 멀쩡한 반면 일반 철문은 휘어지며 불길이 훤히 보인다. 인천지방경찰청은 4일 경기도 화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불이 났을 때 불길과 연기의 확산을 막아주는 방화문을 가짜로 제작, 설치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일반 철문을 방화문인 것처럼 속였다. 제작기술이 없는데도 브로커를 통해 대리 제작한 제품으로 승인을 받거나, 시험성적서 유효기간을 위조하는 등 각종 불법이 동원됐다.
 
일반 철문을 방화문으로 속여 설치
 
인천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4일 방화문 대신 제작 후 시험성적서를 받아내 돈을 받고 판매한 혐의(건축법 및 업무방해 등)로 브로커 김모(58)씨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가짜 방화문 제조업자 박모(64), 시공업자 이모(56), 감리업자 김모(54)씨 등 105명을 건축법 위반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2015년 1월부터 올 7월 말까지 신축한 인천지역 내 오피스텔과 상가 670여 개소에 일반 철문을 방화문인 것처럼 속여 1만5000여 개를 제작, 설치 및 묵인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화재 발생시 방화문(왼쪽)은 멀쩡한 반면 일반 철문은 쉽게 불이 붙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4일 경기도 화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화재 발생시 방화문(왼쪽)은 멀쩡한 반면 일반 철문은 쉽게 불이 붙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4일 경기도 화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방화문은 화재 발생 시 골든타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건축법(49조)상 오피스텔이나 상가 신축할 경우 화재 발생 시를 대비해 화염이나 연기 등의 확산방지를 위해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특히 연면적 1000m² 이상인 경우 갑종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갑종방화문은 1시간 이상의 비차열(연기 및 화염 차단) 성능이 있는 것이다.
 
가짜 방화문, 불법도 가지가지
 
경찰에 따르면 방화문 기술을 보유한 브로커 김씨는 기술력이 없는 박씨 등 4명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고 시험성적서를 대신 받아준 혐의다. 박씨가 의뢰하면 자신이 만든 방화문으로 시험성적서를 받아오는 식이다. 이를 받아든 박씨 등 4명은 성적서에 기록된 업체명 등을 자신의 것으로 위조했다. 박씨 등은 일반 철문을 방화문인 것처럼 속여 설치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한차례 시험성적서를 받으면 2년 동안 아무런 제지 없이 방화문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 이씨 등 제조 및 시공업자 79명은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방화핀(화재 발생 시 방화문이 받는 풍압에 대한 저항력을 늘리는 부속품)을 빼거나, 난연성(難燃性·불이 붙어도 잘 번지지 않는 성질) 가스켓 등이 전혀 없는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시험성적서의 유효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재 검사 없이 날짜를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가짜 방화문을 제작해 왔다.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김씨 등 21명의 감리업자도 계약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품을 보면 충분히 일반 철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방화문, 일반 철문과 가격 2~5배 비싸
 
이들이 각종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가짜 방화문을 만든 것은 단가 때문이다. 갑종방화문이 개당 16만~40만원이 들지만 일반 철문은 8만원이면 설치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철문과 방화문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점을 교묘해 이용, 2~5배의 폭리를 취해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뉴스1]

[뉴스1]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해당 관할 구청에 통보, 행정처분 및 방화문 재설치 등 원상복구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또 방화문 인증제도(제조업체 현장 방문 등) 개선사항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문 대신 일반 철문이 시공되는 것은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큰 만큼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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