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스닥 활성화한다더니’ 역주행 수익에 투자자 외면, 코스닥벤처펀드 첫 감소

중앙일보 2018.09.04 11:46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스닥 벤처펀드에 투자자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이 출시 5개월 여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준 벤처기업투자신탁(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31일 2조9628억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0.76% 감소했다. 지난 4월 5일 출시 이후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이 줄어든 건 처음이다. 펀드 운용사는 97개, 펀드 수는 228개로 전달(97개사 227개)에 비해 줄진 않았다. 설정액은 펀드 수익률을 감안하지 않은 가입 당시 투자 원금을 말한다. 설정액이 감소했다는 건 코스닥 벤처펀드에서 돈을 빼는 기존 투자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지난 4월 30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 간담회. [연합뉴스]

지난 4월 30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 간담회. [연합뉴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는 3년 이상 투자해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환매를 선택하는 일부 투자자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은 소득공제 혜택 대상이지만 법인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며 “일반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환매를 한 법인 투자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섯 달 전만 해도 상황은 반대였다. 정부는 코스닥 벤처펀드를 출시하며 여러 가지 혜택을 얹었다. 펀드 가입액의 10%까지,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가 가능하게 했다. 일반 코스닥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은 공모주(신규 상장 주식) 물량의 30%를 코스닥 벤처펀드에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출시 열흘 만에 설정액 1조원, 한 달 만에 2조원을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컸다. 정부가 여러 가지 코스닥 활성화 대책으로 지수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도 채 되기 전 코스닥 벤처펀드는 다른 정부 주도 금융상품과 같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수익률에 문제였다. 펀드 출시 시점인 4월 이후 코스닥 지수는 추락을 거듭했다. 정부의 공약과는 정반대로 코스닥 지수가 하락했다. 덩달아 코스닥 종목을 담은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같이 하락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코스닥(중소형)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5.98%에 불과하다. 코스닥 펀드 대부분이 5%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벤처펀드 자금을 모아 코스닥 시장에 수혈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단순한 발상은 시작에 통하지 않았다. 2~3조원 안팎의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으로는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이기도 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체리피커형(cherry picker, 특정 상품 혜택만 누리고 떠나는 고객 행태)’ 투자만 양산했다도 비판도 나온다. 코스닥 공모주 물량 배정의 수혜만 누리고 펀드에서 손을 털고 떠나는 ‘큰손’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돼가는 분위기다.  
 
코스닥 상장사 실적 개선과 수익성 확보, 투자 안전망 확충 등 근본적 해결책 없는 정부발(發) 펀드 조성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