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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확정된 사람이라도 DNA 채취 거부 절차 보장돼야"

중앙일보 2018.09.04 06:00
DNA 감정 자료 이미지. 오른쪽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사진 연합뉴스, 다음로드뷰]

DNA 감정 자료 이미지. 오른쪽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사진 연합뉴스, 다음로드뷰]

 
경북 구미공단에 위치한 한 반도체 제조공장인 KEC노조(금속노조 KEC지회) 노동자 48명은 2015년 11월 검찰에 의해 강제로 DNA를 채취당했다. 노사분쟁 중 직장폐쇄로 출입금지된 공장을 점거해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법원에서 이들에 대한 DNA채취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명시적 채취 방어권 보장 안된 'DNA법' 헌법불합치
민변 "기존 채취된 DNA도 폐기해야"


 
서울시 구로구에서 노점상 철거에 항의하며 2016년에 20분 농성을 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노점상 활동가들도 DNA를 채취당했다. 이들은 2013년 서울 구로구 한 아울렛이 인근 노점을 철거하자 항의하려고 건물 안에서 집회를 했다가 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주거침입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판결 뒤 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의 DNA시료를 채취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검찰의 일방적 DNA 채취에 제동을 걸었다. 헌재는 "'검사는 판사에게 발부받은 영장에 의해 유죄 확정자나 구속피의자로부터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 8조는 채취대상자의 방어권을 규정하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노사분규, 대정부시위 사건에서 이 법을 활용해왔다. 현행 DNA법 8조는 검사가 채취에 동의한 대상자에게 채취 거부권을 고지하고 서면 동의 받을 의무만 두고 있을 뿐 채취에 반대한 자의 반론 진술권, 영장발부 불복절차 등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라 하더라도 DNA 감식 시료 채취 영장 발부 절차에서 재판청구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률 공백 상태를 고려해 2019년 12월 31일까지 현행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때까지 법률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법은 효력을 상실한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DNA 법이 헌법이 보장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현행 DNA 법이 헌법이 보장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현행 DNA법은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10년 7월 시행됐다. 
하지만 검찰은 과거 쌍용자동차 파업과 용산 참사 투쟁에서 노동자와 철거민의 DNA를 '신원조회'를 명분으로 채취해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검찰이 채취한 DNA 채취 건수 8만 7344건 중 주거 침입이나 권리행사 방해 사범에 대한 채취건수가 3만 8489건으로 살인·방화 등 강력 범죄에 대한 채취 건수(1만 7309건) 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단체들은 2011년 "검찰이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용산 철거민의 DNA를 채취한 행위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 소원을 냈다. 당시 민변은 "검찰의 DNA 채취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행복 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했으며 또 DNA 채취에 관한 영장 발부 과정에서 충분한 자기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2014년 DNA법 자체에 대해선 '범죄 수사 및 예방을 위해 특정 범죄의 수형자로부터 디엔에이 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고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결정에서는 그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이에 따르는 방향으로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변 김준우 사무차장은 "헌법재판소가 DNA법의 위헌성을 지적한 만큼, 검찰은 즉시 DNA 영장 청구를 중단하고 기존에 확보된 DNA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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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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