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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트럼프 랠리의 북핵 실종

중앙일보 2018.09.04 00:17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회 유세에서 북핵이 실종됐다. 지난달 30일 인디애나주 에번스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유세에서 북한이란 단어조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다음날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직전 행사인 같은 달 21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 유세에서 “3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훌륭하게 잘 해냈다”고 3분여 성과를 자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한 8월 24일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하루 전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의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은 ‘위대한 성공(great success)’”이란 말은 일주일 만에 "위대한 인내심(great patience)”으로 바뀌었다.(블룸버그통신 인터뷰) 북한을 상대로 폼페이오 4차 방북을 제안한 친서 외교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카드까지 써봤지만 “(종전선언을 선행하지 않으면) 협상이 결딴날 것”이란 답장을 받은 다음부터다.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에 “트럼프는 이제 김정은이 자신을 믿고 비핵화를 할 것이란 순진한 생각에서 정신을 차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했던 체제 보장과 경제발전 지원 약속에 김 위원장이 순순히 비핵화에 착수할 것이란 환상을 깨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트럼프가 중국과 캐나다·멕시코와 무역전쟁과 협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60여 일 코앞의 중간선거를 위해선 수백억 달러 관세 부과처럼 직접 수치를 과시할 수 있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지지부진한 북핵 협상의 전권은 방북 취소로 체면을 구긴 폼페이오를 거쳐 스티브 비건 신임 대북 특별대표에게 내려갔다. 비건 특별대표는 국무부 내 서열이 전임자인 조셉 윤 특별대표(부차관보)보다 두 계단 높은 ‘차관급’ 실세 대북 특사다. 워싱턴에선 과거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장 역할을 한 경험과 포드자동차 대관 담당 부사장을 10여 년 했기 때문에 국무부 외교관 누구보다 “대통령과 통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국무장관 ‘투톱’이 주도했던 북핵 외교가 과거 6자회담처럼 협상 장기화에 대비해 실무협상 급으로 강등된 것”이란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내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 대북특사단이 6개월 만에 다시 평양으로 향한다. 남·북-북·미 정상외교를 거쳐 도돌이표처럼 특사외교가 재연됐지만 이번에야말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증명할 구체적 행동을 가져올지에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운명이 동시에 걸렸다. 이튿날인 6일 트럼프 대통령의 몬태나주 유세에서 우리의 특사 방북 성과를 홍보용으로라도 소개하길 기대한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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