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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노조 만들 길 열려 … 헌재 “2020년까지 법 고쳐라”

중앙일보 2018.09.04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헌법재판소가 교수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히자 전국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단결권 제한 헌법불합치 결정
교수단체선 “당연한 결과”
재단 “구조조정 물 건너가” 반발

시간강사에 교원 자격 부여
교육부선 강사법 개정안 발표

교수노조가 합법화되며 대학 내 의사결정 구조가 크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섭권을 인정받은 대학 교수들은 이번 결정에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학 재단과 일부 교직원 사이에선 “막강한 교수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교원노조 가입 범위를 초·중등 교원으로 제한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2조다. 헌재는 “대학 교원들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해당 법률에 당장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법적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해 2020년 3월 31일까지 국회에 개정안을 마련하라며 유예 기간을 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5년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홍성학(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필귀정의 판결로 앞으로 국회와 함께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한 개정안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도 “곧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단체와 여당은 개정안 마련을 위한 속도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결정을 마주한 대학가의 속내는 복잡하다. 대학 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학 개혁은 이제 물 건너갔다”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재단 관계자는 “학생들의 수요가 거의 없는 학과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는 대학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며 “이미 교수들의 반발로 실행이 어려운데 교섭권까지 보장될 경우 대학 개혁은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노조 결성 시 노조원 수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는 대학 교직원 노조도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익명을 원한 서울 유명 사립대 교직원노조위원장은 “이미 많은 대학 내에서 교수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교직원 노조가 단체교섭권까지 빼앗길 경우 대학 사회에서 들러리로 전락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조 교섭 시엔 창구 단일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른 서울 사립대의 한 교직원은 “대학 내에는 교수와 교직원 사이에 철저한 계급사회가 형성돼 있다”며 “교직원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은 교직원이 교수 집단을 견제할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을 지낸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지방 사립대 중 일부는 신분 보장도 받지 못할 만큼 교수들의 지위가 열악하다”며 “교수 노조가 필요한 대학도 상당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교수노조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수준이 다른 노조에 비해 높다는 것도 교수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강사법 개정안’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와 강사단체, 대학이 속한 ‘대학 강사 제도개선협의회’가 발표한 이번 개정안에는 시간강사에게 교원 자격을 부여하는 등 처우 개선 방안이 포함됐다. 주요 내용은 ▶강의료 인상 ▶방학 중 강사에게 임금 지급 ▶퇴직 시 강의시간에 비례해 퇴직금 지급 ▶채용 시 ‘1년 이상’을 원칙으로 공개임용 절차를 거쳐 선발하는 것 등이다. 교육부는 올해 국회 통과,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10여 년째 대학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대학이 추가 재정 부담을 지우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소희·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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