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폭우에 2m 웅덩이 … 민둥산 태양광에 주민 분통

중앙일보 2018.09.04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충북 청주시 오창읍 성재1리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에 최근 내린 폭우로 2m 깊이 구덩이가 생겼다. 토사가 유출되면서 기둥 바닥도 드러났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오창읍 성재1리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에 최근 내린 폭우로 2m 깊이 구덩이가 생겼다. 토사가 유출되면서 기둥 바닥도 드러났다. [최종권 기자]

“경사가 심한 벌거숭이 산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청주·철원 곳곳 날림공사 피해
토사 흘러내려 주택·논밭 덮쳐
“지반 고려 않고 무조건 허가 탓”

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창읍 성재2리. 주민 신언관(62)씨가 토사가 덮친 결명자 밭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신씨의 밭 뒤편에는 2만9000여 ㎡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이 있었다. 산 능선을 계단식으로 깎아 진입로를 만들고, 정상에 수백여 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구조다.
 
준공을 2개월 앞뒀지만 최근 청주에 100㎜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서 공사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산비탈 곳곳이 흘러내린 물로 골짜기처럼 움푹 패였다. 1.5m 깊이로 땅속에 박은 일부 철제 기둥은 바닥까지 훤히 보였다. 공사장 관리자 신모(44)씨는 “갑자기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토사가 배수로와 집수장을 막아 농경지로 흘러 들어갔다. 시공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같은 업체가 공사 중인 성재1리 태양광발전시설 공사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높이 2m가 넘는 웅덩이가 생겼고, 산에서 흘러내린 흙더미가 고스란히 인근 농로에 쌓였다. 주민 전모(67) “논에 흙탕물이 들어와 벼가 제대로 영글지 걱정”이라며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후 비만 오면 수로와 도랑이 막혀 물 대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광발전시설이 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청주 오창 사례처럼 여름철 폭우에 따른 토사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내대리 태양광 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축대벽 10여 m가 붕괴해 토사가 흘러내렸다. 이 사고로 주택 2개 동이 묻혔고 현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 10여명이 대피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제주의 한 주택 지붕에 설치됐던 태양광 패널이 이웃집을 덮치는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달 3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태양광발전시설 일부가 무너져내렸다.  
 
성재리 주민들은 “경작지가 거의 붙어있는 야산에 태양광발전시설 허가를 내준 청주시에도 잘못이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충주나 제천에는 도로와 200~500m 정도 떨어진 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조례가 있지만, 청주시에는 그런 제한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발전시설을 건설하면서 수목을 제거하는 등 환경 변화가 있는 만큼 지반 특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오봉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주변 환경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허가를 내주는 게 문제”라며 “토질과 지반 특성에 따라 설계를 달리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고, 건축물 감리처럼 지반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전문가들이 안전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마다 다른 설치 기준도 정부 차원에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주=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