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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전 굶는다, 공복만큼 좋은 조미료 없어

중앙일보 2018.09.04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7년째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연을 맡고 있는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연합뉴스]

7년째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연을 맡고 있는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연합뉴스]

일본에서 2012년 시작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심야식당’과 함께 먹는 드라마의 붐을 일으킨 대표격 먹방 드라마다. 여러 인물의 에피소드를 심야식당이란 공간에 녹여 이야기를 풀어낸 ‘심야식당’보다 한층 더 먹는 행위에 집중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매회 25분 안팎인 방송 시간 중 3분의 2 넘게 음식 먹는 장면만 담는다. 올해 시즌 7까지 방송했다.
 

‘고독한 미식가’ 주연 마츠시게
비빔밥·돼지갈비 한국편도 찍어
음식은 현대인에게 최고의 힐링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55)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아 첫 시즌부터 이 드라마를 7년째 끌어왔다. 서울드라마어워즈 참석차 한국을 찾은 그는 3일 “한국에 올 때 ‘고독한 미식가’가 정말 인기가 있나 의심했는데 거리에 정말 많은 분이 알아봐 실감했다”고 말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매회 이렇다 할 사건도, 감동도, 유머도 없다. 그저 일을 마친 주인공이 배고픔을 느끼고, 그때마다 가까운 곳의 처음 가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뿐이다. 한데 마츠시게가 음식을 먹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는 눈을 뗄 수 없다. 그는 “배우 특성상 실제로는 마음껏 먹을 수 없지만 먹는 즐거움과 기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맛있게 먹는 비결은 주저 없이 ‘공복’이라고 답했다. 그는 “고독한 미식가는 실제 방송 순서대로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에 첫 한 입을 먹었을 때의 감동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촬영 전 굶어서 배고픈 상태로 촬영에 임한다. 공복만큼 좋은 조미료는 없다”고 말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지난 5월 한국 편도 촬영했다. 시즌 5 때의 대만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촬영이다. 당시 전주와 서울을 찾은 마츠시게는 비빔밥에 청국장을 넣어 비벼 먹고, 돼지갈비와 떡볶이를 맛봤다. 마츠시게는 “청국장과 비빔밥은 비빌수록 맛이 달라져 두 번 다시 맛볼 수 없으면서도 심오한 깊이가 있는 맛을 느끼게 했다”며 “한 번 먹었던 맛을 완전히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지만 매번 다른 맛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큰 사건 대신 주인공이 음식 먹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사진 도라마코리아]

‘고독한 미식가’는 큰 사건 대신 주인공이 음식 먹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사진 도라마코리아]

매회 이 드라마는 먹는 행위에 대해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공복을 채울 때 잠시 동안 그는 제멋대로가 돼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는 고고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힐링’이다”같은 정의를 전한다. 미츠시게는 “먹는다는 건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처음으로 간 가게에서 처음 보는 요리사가 만들어주는 처음 보는 요리를 먹고 예정에 없던 감동과 기쁨을 느끼면서 스스로 드라마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시청자들도 이런 이유로 드라마를 살아있는 다큐멘터리로 느끼며 사랑해주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가게는 모두 실제 있는 곳이다. 제작진은 최종 선정에 앞서 10번 이상 방문해 음식을 맛본다고 한다.
 
20세에 연극으로 데뷔한 마츠시게는 광고·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성우 등 광범위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189㎝의 큰 키와 언뜻 험악해 보이는 인상 탓에 조직폭력배 같은 악역이나 단역만 주로 맡았다. ‘고독한 미식가’는 그의 첫 주연작이다. “인생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그는 “한국 배우 중 송강호씨를 가장 좋아한다. 이런 배우 한 명만으로도 한국 문화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며 “나도 앞으로 제작자들이 믿고 맡겨만 줄 수 있다면 다양한 배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는 “가게들이 다 없어지거나, 제가 식욕을 잃게 되거나의 싸움인 것 같다”며 “제가 맛있게 먹을 수만 있다면 이 드라마가 계속 이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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