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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팝지도 새로 쓴 방탄 … 석 달 만에 빌보드 또 1위

중앙일보 2018.09.04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월드투어에 나선 방탄소년단. [연합뉴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월드투어에 나선 방탄소년단.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사상 두 번째로 빌보드 정상에 올랐다. 미국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2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로 한국 가수 최초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또 한 번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발매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轉 Tear)’로 처음 정상에 오른 지 3개월 만이다. 빌보드는 “팝 장르에서 한 해 동안 앨범 2장을 1위에 올린 것은 2014년 영국 보이밴드 원 디렉션 이후 4년 만의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인기폭발
한해 앨범 두 장 정상 4년 만의 일
외국팬들 커버댄스 영상 줄이어
포브스 “팝음악 전체에 의미 있다”

시리즈 넉 장 국내 판매만 437만 장
한국 음악시장 세계 6위로 커져

이는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깜짝 뉴스가 아닌 지속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과거 외국어 앨범이 빌보드 1위를 한 사례를 살펴보면 멕시코계 미국인 셀레나(1971~95)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추모 열기나 영어 곡을 리메이크한 다국적 팝페라 그룹 일디보처럼 특수한 상황이 많았다”며 “반면 방탄소년단은 자체 팬덤을 기반으로 이룬 성취이기 때문에 다음 앨범에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곡 ‘아이돌’ 안무.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신곡 ‘아이돌’ 안무.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방탄소년단과 한국 음악계에만 중요한 일이 아니라 2010년대 팝 음악계 전체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종 수치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더는 K팝의 범주 안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은 3집 앨범에 신곡 7곡을 더한 리패키지 앨범인데도 더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닐슨 뮤직에 따르면 발매 이후 한 주 동안 판매 수치는 18만 5000점, 지난 3집보다 5만 점이 오른 점수다.
 
실물 앨범 판매량을 살펴보면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방탄소년단은 14만 1000점으로 올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초동 판매량을 기록했다. 1위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맨 오브 더 우즈’(24만 2000점)와 2위 션 멘데스의 ‘션 멘데스’(14만 2000점)를 바짝 뒤쫓는 수준이다. ‘러브 유어셀프’를 주제로 기승전결 단계에 맞춰 전개되는 시리즈 전체의 위력도 거세다. 지난해 9월 발매한 ‘러브 유어셀프 승 허(承 Her)’와 ‘전 티어’ 앨범이 아직도 ‘빌보드 200’에서 각각 198위와 87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이홉(왼쪽)과 멤버들이 SNS에 올린 ‘아이돌 챌린지’. [유튜브 캡처]

제이홉(왼쪽)과 멤버들이 SNS에 올린 ‘아이돌 챌린지’. [유튜브 캡처]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도 음악 산업 전체 규모를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발매된 ‘승 허’가 173만 장, 올 상반기 ‘전 티어’가 178만 장을 기록한 데 이어 ‘결 앤서’가 첫 주에만 86만 장이 팔려 현재까지 시리즈 누적 판매량이 437만 장에 달한다. 지난해 1~400위 음반 판매량(1693만 장)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방탄소년단·엑소·워너원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며 “올 상반기 앨범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10만 장 가량 늘어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물 음반 판매량이 증가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음악산업 규모는 재작년 세계 8위에서 지난해 6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다음이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자체 음악 시장이 워낙 클뿐더러 독일은 CD뿐 아니라 LP·테이프를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생산기지”라며 “지금 한국 음악 시장의 성장세로 보면 5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팬들의 커버 영상. [유튜브 캡처]

팬들의 커버 영상. [유튜브 캡처]

새 앨범 타이틀곡 ‘아이돌’의 인기도 두드러진다.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0위를 기록한 전작 ‘페이크 러브’가 거짓된 사랑의 아픔을 노래했다면, ‘아이돌’은 아티스트와 아이돌 사이에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다 흥겹게 풀어냈다. ‘아이돌 챌린지(#IDOLCHALLENGE)’도 유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남아공에서 한 소녀가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시작으로 ‘아이돌’ 안무를 따라 추는 커버 댄스 영상이 다양한 국가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팀 내 안무팀장을 맡고 있는 제이홉이 “한국 사물놀이와 탈춤에 아프리카 구아라구아라 댄스가 결합되면서 따라 하기 쉬운 춤이 나왔다. 재미있게 따라 추면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람대로다.
 
이러한 ‘챌린지’는 동영상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퍼지고 있다. 2012년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온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포인트 안무가 대중적 인기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단 얘기다. 이규탁 교수는 “유튜브가 K팝 뿐만 아니라 핫한 음악을 즐기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능동적으로 콘텐트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것이 다시 창작자와 수용자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7주 연속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의 ‘인 마이 필링스(In My Feelings)’나 영국(UK) 오피셜 싱글 차트에 37위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는 핑크퐁 동요 ‘상어 가족’ 역시 SNS상에 유행하고 있는 챌린지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다.
 
방탄소년단이 5일 미국 LA를 시작으로 다음 달 20일 프랑스 파리까지 북미 및 유럽 투어를 앞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미국 그래미가 11일 그래미 뮤지엄에 초청해 ‘방탄소년단과의 대화’ 행사를 마련하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 필드에서도 공연을 갖는 만큼 현지 팬들과 접촉할 기회가 대폭 넓어졌다. 이번 결과가 반영된 빌보드 차트는 5일 업데이트 예정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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