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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팍팍해지니 보험도 손댄다 … 해지 환급금 22% 급증

중앙일보 2018.09.04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며 보험을 담보로 빚을 내거나 보험을 깨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유사시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인 보험에 손을 대는 건 가계의 형편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보험 해약과 보험계약 대출 증가는 경기 둔화의 신호로 여겨진다.
 

최대치 기록했던 작년 23조 넘을 듯
보험 담보 대출도 1년새 8.7% 늘어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생계형 대출’로 여겨지는 보험사의 보험계약 대출(약관 대출) 잔액이 60조8000억원을 기록하면서 60조원을 돌파했다. 전 분기보다 1조2000억원(2.1%), 지난해 상반기보다 8.7% 증가한 금액이다.
 
약관 대출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해약환급금의 70~80% 선에서 대출한도가 책정된다. 보험 계약 당시 계약자에게 약속한 예정 이율(수익률)에 가산 금리가 적용되는 탓에 평균 연 7~10%의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금리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대출은 용이한 편이다. 금융권에 대출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대출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서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탓에 ‘불황형 대출’로 여겨진다.
 
돈을 빌리는 데서 더 나아가 아예 보험을 깨는 사람도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25개 생명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내준 돈은 11조7145억원이었다. 보험을 깬 해지 환급금(10조9874억원)과 보험료를 내지 못해 발생한 효력상실지급금(7271억원)을 포함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9조5475억원)과 비교해 22%나 급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보험 해약으로 지급하는 돈이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23조6659억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에도 해약 등으로 보험사에서 빠져나간 돈은 20조원을 넘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보험을 깨거나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위험 보장을 줄이고 미래에 쓸 돈을 당장의 소비로 돌린다는 의미”라며 “가계의 약관 대출이 늘어나면 시차를 두고 결국 보험 해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가계와 보험사 모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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