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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종속거래 … 완성차 기침하면 부품사는 몸살

중앙일보 2018.09.04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무너지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자동차 부품사 천일엔지니어링은 일감이 부족해 지난달 24일 일부 기계 가동을 정지했다. [문희철 기자]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자동차 부품사 천일엔지니어링은 일감이 부족해 지난달 24일 일부 기계 가동을 정지했다. [문희철 기자]

“전속거래라고 쓰고, 종속거래라고 읽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특정 기업에 하청 납품하는 구조
기술 개발 뒷전 해외 판로 못 뚫어

미래차, IT 등 이종분야 융합 필수
낡은 틀에 갇혀 경쟁력 갉아먹어

 
한국 자동차 산업은 1975년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도급 구조를 형성했다. 압축 성장을 추진하던 당시 정부가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을 통해 대기업 중심 전속 거래 활성화를 유도했다. 한정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서였다.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은 주로 수출하는 대기업이 안정적·효율적으로 부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특정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을 정부가 지정할 수 있다.
 
문제는 당시와 현재 산업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한국 자동차 산업 구조는 여전히 45년 전 구조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5개 완성차 제조사의 전속거래업체로 등록된 기업 수는 1000여 개 안팎이다. 전체 자동차 부품 기업의 21.3% 정도가 전속거래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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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 등 유럽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서 전속거래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세계화로 개방형 조달 방식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전속거래는 구시대 유물이 된 까닭이다.
 
하지만 협력사 5개 중 1개가 완성차와 전속거래하는 구조 탓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 국가보다 취약하다. 완성차 실적이 악화하면 전체 자동차 산업 생태계로 위기가 번지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GM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자 수많은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이 줄줄이 위기에 봉착했다.
 
군산국가산업단지에서 차량용 부품을 생산하던 오토젠 군산공장은 인근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자 지난달 27일 평일에도 철문을 닫은 채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문희철 기자]

군산국가산업단지에서 차량용 부품을 생산하던 오토젠 군산공장은 인근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자 지난달 27일 평일에도 철문을 닫은 채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문희철 기자]

한국 특유의 수직적 산업구조는 폐쇄적인 산업 생태계도 조장한다.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은 정보통신(IT)·카셰어링 등 다양한 이종분야와 융합이 필요하다. 예컨대 프랑스 르노자동차는 일본 게임 제조사(DeNA)와 손잡았고, 구글(웨이모)은 영국 재규어랜드로버와 제휴했다. 하지만 한국의 폐쇄적 생태계는 이종산업 유입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출발점이자 제품 경쟁력의 근간은 부품사의 연구개발(R&D) 능력이다. 하지만 한국식 전속거래 구조에서 R&D는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가 주도한다. 수직적 산업구조의 정점인 완성차가 R&D를 주도해 성과를 협력업체에 전파하는 구조다. 때문에 대부분 한국 협력업체는 원가계산서에 기초한 단순 조립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산업 R&D 투자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87.7%·2016년)은 7년 전(82.7%)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전속거래가 불공정한 거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술이 부족한 부품사가 매출을 유지하려면 기존에 납품하던 대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품사와 납품단가를 계약한 뒤, 구두로 추가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건 흔한 일이다.
 
결국 전속거래 구조가 한국 자동차 생태계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주요 자동차 생산 5개국의 완성차와 부품사 평균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한국 부품사 영업이익률(4.4%·2015년)은 완성차(9.6%·2015년) 업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다른 국가는 부품사 영업이익률(6.3~9.2%)이 완성차(6.2~8.2%)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건전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전속거래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정부가 지원금을 투입하거나 해외 자본이 인수합병(M&A) 하는 등 부품기업 규모를 키워 스스로 연구개발(R&D)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현·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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