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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딩동댕~ 상금왕은 나야 나

중앙일보 2018.09.04 00:02 1면 지면보기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란 명언을 남긴 사람은? 넬슨 만델라, 나폴레옹(정답), 토머스 에디슨.”(지난 8월 18일 잼라이브 방송분) 너무 쉽다며 콧방귀를 뀌었다면 다음 퀴즈에 도전해보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개미는? 스미스개미, 초장엽기개미, 노랑미친개미. 3초, 2초, 1초 끝.” 21세기형 파브르이거나 찍기의 달인이 아니라면 숨이 턱 막힐 수 있다. 생방송으로 퀴즈를 푸는 모바일 퀴즈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선을 통과할 일도, TV프로그램에 출연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국내외 어디서든 퀴즈쇼에 참가할 수 있다. 푸짐한 상금에 경품까지 내걸린 모바일 퀴즈쇼가 일상을 파고들었다.
 

생방송 모바일 퀴즈쇼 열풍

지난달 22일 더퀴즈라이브 생방송이 진행된 서울 서초동 스튜디오 현장. MC 신고은씨가 퀴즈에 대한 정답을 해설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더퀴즈라이브 생방송이 진행된 서울 서초동 스튜디오 현장. MC 신고은씨가 퀴즈에 대한 정답을 해설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동 엔비티 사옥 내 스튜디오엔 파란색 배경지를 뒤로 한 채 미모의 한 MC가 카메라 앞에 서 있다. 더퀴즈라이브에서 ‘퀴즈 여신’이란 별명을 가진 메인 MC 신고은(32)씨다. 카메라 담당 스태프와 대본 스태프, 작가 등 5명이 20분 뒤 진행하는 모바일 퀴즈쇼 생방송의 리허설 현장이다. 방송 20분 전인 오후 9시10분. 신씨가 대본을 보며 그날의 퀴즈·멘트를 쭉쭉 읽어 내려간다. “방송 5분 전입니다” “대기해주세요”. 스태프의 신호에 따라 전원이 대기하고 방송이 시작된다. 파란색 배경지는 스마트폰 화면에서처럼 빨갛게 보인다. 이날 더퀴즈라이브엔 총 3만4536명이 접속했다.
 
이처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모바일 퀴즈쇼는 미국 ‘HQ트리비아 게임쇼’ 앱이 원조다. 지난해 8월 동영상 공유 서비스 앱 ‘바인’의 설립자인 루스 유스포브가 출시했다. 최근 이 앱의 동시접속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상금도 5만 달러(약 5555만원)까지 늘어났다. 미국발 모바일 퀴즈쇼 열풍은 올해 초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의 유명 모바일 생방송 플랫폼인 화자오(花椒)가 올해 1월 출시한 ‘백만의 위너(百万家)’는 동시접속자 수가 최대 400만 명을 넘었고 상금은 500만 위안(약 8억1330만원)에 달했다. 우승자 한 명당 상금을 1억원 이상 타간 사례도 생겨났다. 하지만 홍콩·대만에 대해 묻는 예민한 퀴즈가 출제되고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통제로 현재 서비스가 잠정 중단됐다.
 

잼라이브 vs 더퀴즈라이브 vs 페이큐
점심시간에 직장인 네 명이 둘러앉아 잼라이브 퀴즈를 풀고 있다.

점심시간에 직장인 네 명이 둘러앉아 잼라이브 퀴즈를 풀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퀴즈쇼의 열기는 중국을 너머 우리 나라에 상륙했다. 국내에선 지난 2월 6일 출시된 ‘잼라이브’ 앱이 가장 인기 있다. 잼라이브는 네이버의 모바일 카메라 앱 ‘스노우’를 담당하는 ‘스노우’ 팀이 개발했다. 론칭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 수가 5만 명을 웃돌았고 최대 20만 명까지 찍었다. 잼라이브는 3월 31일 일본판을 오픈하면서 사용자 유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 7월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150만 명이 잼라이브를 내려받았다.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 현재는 MC가 세 명(김태진·서경환·김해나)이며 빅뱅의 승리, 에픽하이, 모델 강승현 같은 셀럽이 일일 MC로 출연했다. 퀴즈 12개를 모두 맞힌 우승자끼리 상금을 n분의 1로 나눠 갖는다. 회당 상금은 최소 200만원. 이렇게 상금이 5000포인트 이상 모이면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사용자가 많은 모바일 퀴즈쇼는 엔비티가 올해 2월 12일 출시한 ‘더퀴즈라이브’ 앱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더퀴즈라이브의 가입자 수는 98만8775명이다. 더퀴즈라이브 우승자는 상금을 ‘캐시’로 받는다. 5만 캐시 이상이면 바로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5만 캐시 미만이면 엔비티가 운영하는 캐시슬라이드를 통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유석구 엔비티 이사는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서 실시간 접속자가 댓글을 올리며 소통하는 것을 보고 단순히 소통만 하는 게 아니라 재미와 보상이 있는 콘텐트로 ‘퀴즈’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잼라이브·더퀴즈라이브는 김태진·박슬기씨 등 생방송 진행 경험이 많은 연예계 소식 TV프로그램의 베테랑 리포터를 MC로 섭외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국내 3위 모바일 퀴즈쇼인 ‘페이큐’는 유민상·홍윤화 등 코미디언을 MC로 섭외했다. 퀴즈를 푸는 내내 유쾌한 입담까지 즐길 수 있다. 올해 4월 16일 오픈한 페이큐는 지난 7월 1일 동시접속자 수가 1만8000명을 찍었다. 이 회사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의 운영사다. 페이큐에서 퀴즈를 다 맞혀 1만 포인트 이상 적립하면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페이큐는 회당 400만 포인트를 상금으로 내걸고 있다. 이현중 NHN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차장은 “1·2위 앱보다 가입자가 적고 문제 난도가 비교적 쉬워 우승자 1인당 상금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방송된 서바이벌데이 특집방송에선 우승자 1인당 37만5000포인트를 가져갔다. 1인당 수백원에서 수천원 정도만 가져가는 1·2위 앱보다 개인이 받는 상금이 많다. 페이큐는 ‘팟티’라는 방송 앱의 일부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있다.
 

기업과 협업 땐 상금 커 수십만 명 참여
사람이 몰리고 머무는 곳엔 기업이 모이는 법. 퀴즈 접속자가 늘면서 이들 앱에 기업이 모이고 있다. 특정 브랜드나 기업이 컬래버레이션 형식으로 함께하는 특별방송의 경우 상금이 더 많거나 고가의 경품이 제공돼 접속자가 많다. 매일 평균 8만 명 정도 동시 접속하는 잼라이브의 경우 지난 5월 20일 코카콜라 특별방송 땐 상금 1000만원을 노린 21만 명이 접속했다. 지난달 20일 더퀴즈라이브가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한 특별방송에선 최후 1인에게 르노 클리오 자동차를 지급했다. 모바일 퀴즈쇼 업체는 컬래버레이션 기업으로부터 프로그램 제휴로 인한 수익금을 받아 상금을 마련한다.

 
출제위원은 해당 업체의 직원이다. 보통 인터넷이나 책에서 상식 퀴즈를 골라낸다고 한다. 당일의 퀴즈는 방송 20~30분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다가 MC가 방송 리허설을 시작할 무렵인 방송 20~30분 전에 처음 공개된다. 곽근봉 엔비티 CTO(최고기술경영자)는 “퀴즈가 유출되는 순간 모바일 퀴즈쇼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더퀴즈라이브의 경우 방송 현장 스태프를 포함해 내부 직원은 우승 상금을 받을 수 없는데다 출제 직원은 문제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서 제출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퀴즈쇼는 기존 퀴즈 프로그램의 형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퀴즈를 푸는 사람이 기존엔 ‘똑똑한 소수’였다면 모바일 퀴즈쇼의 주인공은 ‘평범한 대중’이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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