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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 47.4%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중앙일보 2018.09.03 12:20
지난 7월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단체 '띵동'을 만나러 가기 전 '김모씨 이야기' 취재팀은 인터뷰 장소로 정한 띵동의 사무실 주소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주소와 함께 이런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찾아오시는 길에만 사용 부탁드립니다. 외부 유출이 되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찾아간 사무실 건물에는 그 흔한 입간판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건물에 사무실이 있는 게 맞나?' 고민하다 문자에 적힌 호(號)수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행히 띵동 활동가들이 취재팀을 맞이했습니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류은찬 사무국장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간판이 없네요?
"여기는 위기 상황에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쉬거나 지원을 받는 곳이거든요. 혹시나 혐오세력이 찾아왔을 때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온라인 홍보물에도 저희 주소를 노출하고 있지 않아요."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단체 띵동의 류은찬 사무국장이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단체 띵동의 류은찬 사무국장이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띵동은 2014년 12월 개소한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단체입니다. 2013년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는 청소년 중 약 6%입니다. 이중 47.4%가 괴롭힘 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류 국장은 "나 역시 청소년 시기에 정체성을 고민한 적이 있었고 또래 친구들의 어려움 또한 자주 마주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소년들이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하는 현실을 보며 띵동같은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했습니다.
 
띵동은 다양한 활동들을 합니다. 월 2회 함께 청소년들끼리 함께 모여 밥을 먹는 '토토밥(토요일 토요일은 밥먹자)', 월 1회 직접 거리로 나가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나 상담해주는 '띵동포차', 그리고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와 AIDS(후천면역결핍증후군) 관련 교육자료 제작 등입니다.
 
-이런 활동들이 갖는 의미가 뭘까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 같아요. HIV·AIDS 같은 경우에는 점점 청소년들의 감염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성소수자 교육은 커녕 기본적인 성교육도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제대로 된 지식 없이 '동성애자끼리 성관계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인식만 팽배한 상황이라 그런 걸 (교육자료 제작을 통해) 서서히 없애보고 싶어요."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단체 '띵동'이 진행하는 행사 중 하나인 띵동포차. [사진 띵동 홈페이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단체 '띵동'이 진행하는 행사 중 하나인 띵동포차. [사진 띵동 홈페이지]

 
띵동에 상담 문의는 연 300건 정도 들어옵니다. 주로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아웃팅(성 정체성을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당해 학교 안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등 성소수자라서 겪게 되는 일상 속 어려움들을 토로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들도 있어요.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신이 신뢰하는 교사에게 커밍아웃을 한 거예요. 근데 이 교사가 대처 방법을 몰라 부모 또는 학급 반장에게 아웃팅을 한 거죠. 이 경우 부모나 지인들이 성소수자 혐오세력일 경우 가정폭력·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 쉬워요. 탈 가정으로도 이어지죠."
 
성소수자는 일상 속에서 언제나 반대세력을 마주하게 됩니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국회에서 몇 차례 있었지만 보수단체들의 반대로 늘 무산됐습니다. 그럴 때마다 류 국장은 '다수가 소수의 발언권이나 존재를 억압하는 게 굉장히 쉬운 일'이라는 걸 뼈저리가 느끼곤 합니다. 그는 "그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차별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누군가는 불편해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래''이해는 하지만 내 자녀는 안 돼' 이런 생각들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누군가 반대를 하든 지지를 하든 '청소년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소수자가 제3자에게 이해받아야 할 존재는 아닌 것 같다"는 류 국장의 말이 문득 머리에 스치네요.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클릭해주세요.
 
'김모씨 이야기' 취재팀 hongsam@joongang.co.kr
 
※세상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유튜브로 놀러오세요!  
: https://www.youtube.com/channel/UCWnyqTsk86NFkmzranBFk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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