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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국 외교관 극초단파 무기에 당했다"...미래 무기로 떠오른 '전파'

중앙일보 2018.09.02 17:35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 외교관들의 두통 증상이 극초단파 무기 공격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런 내용을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 건물 외관. 미국 외교관들은 2016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려 왔다.[중앙포토]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 건물 외관. 미국 외교관들은 2016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려 왔다.[중앙포토]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바와 중국에 있는 미국 외교관과 가족 등 30여명이 두통과 매스꺼운 증상에 시달렸다. 미국 국무부 등이 자체 조사를 진행했지만, 그동안 외교관들의 두통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진상 조사에 참여한 더글러스 스미스 펜실베이니아대 뇌 손상 치료 센터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극초단파(microwave)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스미스 소장은 “극초단파가 두통을 유발한 원인이라는 데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현재는 극초단파 공격으로 인한 뇌 손상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극초단파 무기가 대사관 직원들이 호소하는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극초단파를 활용해 음식물을 덥히는 전자레인지의 모습. 극초단파를 실생활에 응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중앙포토]

극초단파를 활용해 음식물을 덥히는 전자레인지의 모습. 극초단파를 실생활에 응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중앙포토]

 
극초단파는 전자레인지 등에 활용하는 짧은 파장의 전파다. 전자레인지는 2.45GHz(기가헤르츠)의 극초단파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음식 속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을 덥힌다. 전자레인지는 2차 세계대전 무렵 군사용 레이더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극초단파는 파장이 짧아 전자레인지 내부 같은 좁은 공간에선 효과가 크다. 하지만 공개된 장소에선 효과가 급격하게 약화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두통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의 극초단파 무기가 개발되진 못했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극초단파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됨에 따라 무기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5월에도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쿠바 대사관 직원들과 비슷한 두통과 청력 손상을 호소한 바가 있다. 전파를 무기화한 건 공상과학(SF) 영화 속 모습만이 아니다. 미군은 음파를 이용한 비살상 무기인 소리 대포를 실전에 배치해 활용하고 있다. 해적 퇴치와 이라크 반군 소탕에 활용한 장거리 음향대포(LRAD)가 대표적이다. LRAD는 음파를 한 곳으로 모아 발사한다. LRAD에 노출된 경우 고막이 찢어지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어지러움과 구역질 증상도 발생한다.
 
이번 보도에도 불구하고 쿠바 대사관 미스터리를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극초단파를 활용한 무기가 공개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극초단파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 16~2만Hz(헤르츠)를 뛰어넘는데 멀리 갈수록 약해지기 때문이다. 대사관 밖에서 강력한 극초단파를 발사해도 건물 벽에 맞고 반사되기 때문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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