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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판사’ 4명까지 늘린 서울중앙지법, 왜 검사 출신 뽑았나

중앙일보 2018.09.02 15:24

3일부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가 3명에서 한명 더 늘어난다. 기존에 영장 업무를 맡았던 이언학ㆍ박범석ㆍ허경호 부장판사에 더해 형사 단독 재판부를 맡았던 명재권(사진ㆍ51ㆍ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가 합류한다. 영장전담 판사는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등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최초의 사법적 판단을 하는 자리다.  
 

검사 출신 명재권 부장, 3일부터 업무
4명 둔건 사상 최초, "검찰 견제" 해석도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전담 판사가 4명까지 늘어난 건 2004년 서울지법이 서울중앙지법으로 개칭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10년 전인 2008년 두 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가 10년 만에 한 명 더 충원됐다.
네명의 영장전담 판사가 모두 부장판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올 3월 법원 인사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부장판사 두 명에 부장판사 승진을 앞둔 판사 한 명으로 꾸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영장전담 재판부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고려한 조치”라며 “올해 들어 영장전담 판사들이 3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쉬는 등 상당히 업무가 과도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1~7월) 압수수색영장 사건은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급증했다.
 
영장 업무를 새로 맡게 된 명 부장판사는 1997년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뗐다가 12년 뒤 판사로 전직한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87년 판사로 임용됐다가 3년 뒤 검찰로 옮긴 김수남(59ㆍ16기) 전 검찰총장과는 정반대 케이스다. 
명 부장판사는 수원지검에서 근무를 시작해 서울동부지검ㆍ청주지검에서 검사를 지내다가 2009년 판사로 임용됐다. 수원지법ㆍ서울고법ㆍ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지냈고, 창원지법ㆍ성남지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지난해 7월에는 ‘여성 혐오’ 논쟁을 일으킨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 김모(35)씨에게 "피해자 여성 부모에게 5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사 출신 부장판사가 영장전담 업무에 새로 배치된 이유를 놓고 최근 불거진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을 꼽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대거 기각되자 강한 반발을 표출했다. 지난달 26일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직후, 한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전송해 "아무 근거 없는 판사의 심정적 추측을 압수수색영장 기각의 사유로 직접 들 수 있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면서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최근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면서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검찰, 법원 압박 최고조 시점에 이뤄진 '원포인트' 인사 
한 전직 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적폐 청산’ 여론을 동력 삼아 법원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사법부 역시 그에 맞는 적임자를 찾으려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명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동기(27기)이기도 하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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