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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술먹여 성추행 유도해라" 여직원 사주한 부천 공무원

중앙일보 2018.09.02 11:00
성희롱 [연합뉴스]

성희롱 [연합뉴스]

 
경기도 부천시 한 간부가 ‘성추행 사주’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담당하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한 여직원에게 “진흥원 원장에게 술을 먹인 뒤 성추행을 유도하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이 간부는 이를 부인해 오다 최근 녹취록이 공개되자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성희롱 사주, 부인하다 녹취록 공개되자 인정
 
2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A과장은 올 3월 초 진흥원 한 여직원에게 “원장에게 술을 먹인 뒤 성추행을 유도하라. 그것을 녹취해 가져오면 원장을 자를 수 있다”고 회유했다. 원장과 평소 갈등관계에 있던 A과장이 미투(Me too)를 이용해 원장을 물러나게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진흥원 원장은 개인적인 이유로 지난달 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런 사실은 지난달 28일 열린 진흥원 긴급이사회에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A과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발언을 부인해 왔었다. 당시 이사회에는 진흥원 이사(만화가) 10명과 부천시청 문화국장, 담당 부서 팀장 2명, 진흥원 직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김동화 진흥원 이사장은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A과장이 부인해 설마설마했는데 해당 내용을 직접 들으니 이사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며 “어떻게 시청의 간부가 그런 멘트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시에 징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직장 내 남성도 여성 못지않게 사내 성희롱 관련 상담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직장 내 남성도 여성 못지않게 사내 성희롱 관련 상담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A과장과 진흥원 원장의 갈등은 2년 전 진흥원을 전담하는 부서가 생기면서다. 기존에 한 개 팀이 던 것이 한 개 과로 확대되면서 업무 중복이 불가피해졌다. 진흥원 입장에서는 시의 간섭이 늘면서 업무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시 입장에서는 상급기관인 데다 업무 성과를 내려다보니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없어져야 할 기관
 
A과장은 성희롱 사주 외에도 ‘진흥원을 와해시키려 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평소 직원들에게 “없어져야 할 기관” “콘텐츠진흥원의 한 부서”라는 식으로 진흥원을 무시했다는 것이 진흥원 직원들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A과장이 얼마 전 ‘진흥원에 지원되는 예산(65억여원·대부분 인건비)을 만화가들에게 직접 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며 “A과장이 진흥원을 빼고 예산을 직접 집행하려 하는구나 싶어 호통을 쳤다”고 했다. 이어 “만화가들이 거지도 아니고 기분이 매우 나빴다”며 “진흥원이 그동안 쌓은 업적이 얼만데 오히려 확대하지 못할망정 와해시키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성희롱

성희롱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현직 이사 5명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냈다. A과장의 파면과 전담부서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부천시는 필요하다면 경찰의 수사를 통해 현재 제기된 의혹(성희롱 사주)을 만천하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절대 좌시하지 않고 필요한 모든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특별감사가 진행돼 지난달 말에 끝났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희롱 사주는 직원 피해 줄이기 위한 것  
 
A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여직원은 20년 가까이 함께 근무했을 정도로 친했는데 녹취할 줄 몰랐다”며 “2년 전 원장이 이사로 있을 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폭언했다’ 등의 탄원서가 접수돼 직원 보호 차원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내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스스럼없이 얘기하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부하직원 성희롱 논란을 빚었던 충북 증평군청 공무원이 강등 처분을 받게 됐다. [중앙포토]

부하직원 성희롱 논란을 빚었던 충북 증평군청 공무원이 강등 처분을 받게 됐다. [중앙포토]

 
‘진흥원 와해’ 관련해서는 오해라고 했다. 그는 “부천만화산업의 최고의 가치는 만화가인데 그들에게 지원되는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만화가들에게 직접 지원되는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보자는 의미였는데 이사장께서 오해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창작비의 경우 시에서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돈도 아니다”라며 “내가 15년 넘게 만화산업에 종사해 왔는데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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