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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총장 vs 맞서는 교수…대학평가 후폭풍 거세다

중앙일보 2018.09.02 09:01
“총장이 사퇴를 거부하면 총장실 점거 등 물리적인 행동도 강행할 겁니다.”
 

자율개선대학 탈락, 정원 10% 줄이게 된 국립 해양대
교수회 “박한일 총장 사퇴 안하면 물리적 행동 강행”
순천대 교수회도 “박진성 총장이 발전 막아, 사퇴하라”

한국해양대 교수회가 단단히 뿔이 났다. 지난달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서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해서다. 역량 강화대학으로 분류된 한국해양대는 앞으로 3년간 정원의 10%를 감축하고, 재정지원도 일부 제한받는다.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323개 대학의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를 발표하자 대학 곳곳에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자율개선대학에 탈락한 86개교 가운데 66개교는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됐다. 나머지 20개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결정됐다. 역량강화대학에서 국립대는 해양대, 경남과학기술대, 한경대, 순천대 등 4곳이다. 
지난 1월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열린 해사대학 2017학년도 전기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모자를 던지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열린 해사대학 2017학년도 전기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모자를 던지고 있다. [뉴스1]

해양대 교수회는 박한일 총장이 시설 확대 등 하드웨어 확충에만 몰두하고 학생역량 강화에 소홀해 교육부 평가가 낮게 나왔다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교수 213명을 대상으로 박 총장의 사퇴를 묻는 찬반투표를 한 결과 72.3%인 154명이 사퇴에 찬성했다.  
 
지난달 31일 해양대 교수회 관계자는 “2012년 임명된 박한일 총장이 2순위임에도 불구하고 연임이 확정될 때부터 교수회는 반대하고 나섰다”며 “연임 이후 박 총장은 교육의 질 향상 등 내실을 다지는 일을 소홀히 했고, 결국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회는 6일 학생회, 교직원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총장 퇴진 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총장이 사퇴를 거부하면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장실 점거 등 물리적 행동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교수회는 박 총장이 사퇴하면 교육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교육부가 교수회가 요구했던 총장이 아닌 2순위의 박 총장을 임명해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교육부의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총장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혀 교수회와의 마찰이 우려된다. 박 총장은 “교양과목의 부족, 강의개선 학생지도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을 반성한다”면서도 “위기극복 능력으로 잘 이겨낸다면 오히려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말로 사퇴 거부를 명확히 했다.  
수원대 미래혁신관 모습. [사진 수원대]

수원대 미래혁신관 모습. [사진 수원대]

순천대 역시 총장 퇴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순천대 교수 70여명은 지난달 29일 “이번 평가과정에서 드러난 현 집행부의 소통 부재, 무사안일, 컨트롤타워 부재, 무능력에 놀라웠다”며 “학교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총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진성 순천대 총장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되 구성원과 지역민의 의견을 반영한 혁신적인 구조개혁 작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총장 사퇴를 거부했다.
 
지난 6월 1단계 진단에서 예비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됐던 수원대는 지난 23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서역량 강화대학으로 하향됐다. 지난해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111억원에 달하는 회계부정 및 비리 책임을 물어 총장과 이사진의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이인수 전 총장만 사퇴한 결과다.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 학생운동은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를 받은 이사회가 사퇴해야 학교가 정상화 될 수 있다”며 이사회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원대 교수협의회 역시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가 정상화 기회를 놓치고 또다시 역량 강화대학이 된 건 부실경영에 책임지지 않는 재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책임소재를 두고 대학 곳곳에서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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