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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김학범호 '金'이 가져올 엄청난 상승효과들

중앙일보 2018.09.02 08:12
아시안게임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손흥민이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아시안게임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손흥민이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랜 기간 경기력과 흥행 모두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 축구가 오랜만에 안팎으로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는 점에서 반가운 뉴스다.
 
한국은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부는 연장전에서 갈렸다. 정규시간 90분을 0-0으로 마친 뒤 연장전반 3분에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속시원한 선제골을 터뜨렸고, 8분 뒤 황희찬(함부르크)이 한 골을 보탰다. 일본이 연장후반 10분에 한 골을 만회하며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역사적인 금메달이다.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2연패를 달성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1970년과 1978년 방콕, 1986년 서울, 2014년 인천에 이어 통산 5번째 정상에 오르며 이란(4차례 우승)을 밀어내고 최다 우승국이 됐다.
 
결승전 종료와 함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우승이 확정되자 우리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결승전 종료와 함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우승이 확정되자 우리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참가 선수들에겐 ‘병역 면제’라는 굵직한 혜택이 추가됐다. 엔트리 스무 명 전원을 병역 미필자로 구성한 우리나라에겐 어쩌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영예보다 더욱 반가운 뉴스다. 병역 문제가 우리 선수들에게 매우 큰 동기부여를 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이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국가대표팀에 대한 축구계 안팎의 건전한 기대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대표팀 출신의 공격 삼총사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함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골키퍼 조현우(대구)가 병역 문제를 해결한 건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제적인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각국 스포츠 전문 매체들이 손흥민을 주인공으로 삼아 한국의 아시안게임 도전기를 실시간으로 전했다. (군 입대 문제로) 유럽축구 무대에서 도전을 멈출 뻔했던 위기를 딛고 일어선 그는 조만간 몸값 1000억원 시대를 열어젖힐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시안게임 도전에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매긴 손흥민의 이적시장 가치는 7260만 유로(992억원)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골 잘 넣는 공격수’에서 ‘리더십을 갖춘 공격수’로 업그레이드한 것도 긍정적이다.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태극기를 펼쳐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한 선수단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 [뉴스1]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태극기를 펼쳐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한 선수단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 [뉴스1]

 
A대표팀 막내 이승우도 유럽 무대에서 훨훨 날아오를 수 있게 됐다. 결승전 당일 AC밀란(이탈리아)과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스페인)의 스카우팅 담당 디렉터가 현장을 찾아 이승우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에 앞서 이승우측 에이전트와 이적 관련 미팅도 진행했다. 유럽 현지 기준으로 8월31일 자정까지였던 여름이적시장 기간에는 시간이 촉박해 팀을 옮기지 못했지만, 다가올 겨울이적시장에 유니폼을 갈아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승우는 남은 기간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장하며 경기력을 가다듬는데 열중할 계획이다.    
 
황희찬은 대회 기간 중 독일 2부리그 함부르크로 팀을 옮겨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 받을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팬들이 ‘유럽으로 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러시아 월드컵 신데렐라’ 조현우도 유럽 진출에 한 발 다가섰다. 오는 7일과 11일, 각각 코스타리카와 칠레를 상대로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르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에게도 주축 선수들이 전해온 긍정적인 뉴스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심각한 흥행 부진으로 고전 중인 K리그도 ‘금메달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 경기에 붙박이 선발 출장한 ‘체력왕’ 김진야(인천)를 비롯해 김문환(부산), 황인범(아산→대전) 등 23세 이하 국내파 선수들이 K리그 무대로 돌아간다. 때마침 강등권 탈출(김진야), 1부리그 승격 도전(김문환ㆍ황인범) 등 테마도 뚜렷해 팬과 언론의 주목도가 더욱 높을 전망이다. 1기 벤투호에 승선한 황인범처럼 나머지 선수들이 머지 않은 장래에 A대표팀 테스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승우(오른쪽)가 결승전 연장 전반 선제골 직후 동료 수비수 조유민과 포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승우(오른쪽)가 결승전 연장 전반 선제골 직후 동료 수비수 조유민과 포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 축구가 아시아 정상을 재확인한 게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상징되는 ‘축구 한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과 베트남이 4강에서 맞붙은 직후 두 나라는 ‘박항서 효과’를 함께 체험했다. 베트남은 2002 한ㆍ일월드컵 당시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호감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회 기간 중 베트남 현지를 방문했다가 음식이나 음료수를 공짜로 대접받거나, 뜨거운 환영을 받은 한국 여행객들의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 축구가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건 박 감독을 비롯해 해외무대에서 활약 중인 우리 지도자와 선수들의 이미지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우승 직후 우리 선수들이 사령탑 김학범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뉴스1]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우승 직후 우리 선수들이 사령탑 김학범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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