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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빨래 뒤지고 비행기로 떡볶이 배달까지…은행 '영업왕'은 ○○○ 있다

중앙일보 2018.09.02 08:04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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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1등’을 거머쥐기 위한 4대 은행의 하반기 영업 경쟁이 불붙고 있다. 특히 상반기 4대 은행의 실적 차이가 좁혀지면서, ‘수성’과 ‘탈환’을 위한 각 은행의 영업 전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 대전의 선봉장에 선 건 역시 실전에서 맞붙고 있는 영업맨들. 각 은행의 ‘영업 1등’에게 본인만의 전략을 물었다.  

4대 은행 '실적 1등' 영업맨들 인터뷰 해보니
'영업 정글'서 최고 실적 낸 자신만의 전략 있어

‘온몸 던지기’ 박찬용 국민은행 서교동종합금융센터 본부장
박찬용 KB국민은행 서교동종합금융센터 본부장

박찬용 KB국민은행 서교동종합금융센터 본부장

박찬용 국민은행 서교동종합금융센터 본부장 사무실의 화이트보드 한가운데엔 한자로 ‘불위야 비불능야(不爲也 非不能也)’란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게 아니다’라는 뜻의 이 맹자 격언은 달리 말해 ‘작정하고 덤비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박 본부장은 “예전 은행원들이 계산만 딱딱 맞추는 사람이었다면 요즘 은행원들은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박 본부장은 몸으로 부딪히는 것만큼 정확하고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영업방식이 없다고 말한다.
 
수년 전 한 번은 모텔을 운영하는 고객이 대출을 받으러 왔다. 당시 지점장이었던 박 본부장은 상담을 마친 즉시 해당 모텔 주변의 세탁업체들을 일일이 방문했다고 한다. 모텔에서 수건, 시트 등 세탁물을 얼마나 많이 맡기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확인하고 기표한 대출에선 사고가 날래야 날 수가 없다는 게 박 본부장 설명이다.
 
또 한 번은 오래 관계 맺어온 고객이 강릉으로 3박4일 여행을 간다고 해서 직접 여행 코스를 짜준 뒤, 먼저 강릉으로 이동해 깜짝 식사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온 몸을 던져 노력했는데도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의 실패를 실패로만 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도 꾸준히 고객에게 공을 들인다면 언젠가 다른 기회로 그 고객이 나를 찾아올 수 있다. 그야말로 불위야 비불능야”라고 강조했다.
 
‘오방십통(五訪十通)’ 구춘서 신한은행 반포남금융센터 센터장 
구춘서 신한은행 반포남금융센터 센터장

구춘서 신한은행 반포남금융센터 센터장

구춘서 신한은행 반포남금융센터장은 “‘하루에 다섯 곳 이상 방문, 열 곳 이상 통화해야 한다’는 ‘오방십통’이 영업의 기초”라고 말했다.
 
구 센터장은 “통화는 10곳 이상 할 수 있지만, 경기나 충청 등 지방에서 생활하는 고객이 많은 만큼 하루에 5곳 이상 방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게 중요한 만큼, 어떻게든 매일 5곳 이상의 기존·신규 고객을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고객 방문은 ‘조금 귀찮다고 소홀히 했다가는 치명타로 작용하는 것’이다. 구 센터장은 과거 한 운수업체와 큰 규모의 대출 계약을 맺으며, 부수적으로 직원 월급이체와 퇴직연금 등도 성사시키려 했다. 당시 업체 CEO가 “직원 설득에 힘써줄 것”이라고 한 말도 있고, 조금 귀찮기도 해서 개별 직원을 상대로 한 상품 설명회는 열지 않았다. 결국 전체 200명 중에서 월급이체에 가입한 직원은 20명뿐이었다. 
 
구 센터장은 직원들에게 ‘닥방(닥치고 방문)’ 정신을 강조한다. 그는 “수백 번 거절당하고, 수백 번 실패해도 일단 고객과 만나기만 한다면 거래를 성사시킬 확률은 몇 십 배로 커진다”며 "화초처럼 바람에도 온도에도 약한 사람이 아니라, 잡초 성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 정글' 속 자신을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구 센터장은 고객에게 “제가 해결 못하면, 아무도 해결 못 합니다”라고 자주 말한다고 한다. 그는 "얼마나 많은 은행 영업원들이 같은 고객을 만나겠는가"라며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영업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고객 탐구 생활’ 김병구 우리은행 역삼역금융센터 센터장  
김병구 우리은행 역삼역금융센터 센터장

김병구 우리은행 역삼역금융센터 센터장

 
김병구 우리은행 역삼역금융센터장은 “고객이 원하면 떡볶이도 배달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이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브라질 ‘한인타운’ 봉헤지로(Bon Retiro)의 우리은행 법인장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당시 포스코건설이 브라질 북동부의 포르탈레자에서 제철소를 설립하고 있었는데, 협력업체로 함께 온 중소업체 20여 곳은 신용도가 없어 현지 은행과 거래를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 센터장은 중소업체가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비행기 왕복 8시간 거리를 왔다 갔다.
 
서비스에는 금융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고춧가루와 떡볶이, 라면 등 ‘음식배달’도 포함됐다. 포르탈레자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한국 식재료들이었다. 김 센터장은 “미리 고객들이 원하는 품목을 조사해 봉헤지로에서부터 들고 갔다”며 “작은 양이었지만 고객들이 감동했고, 결국 지속적인 신뢰와 거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에서도 2번이나 1등 영업점 타이틀을 따냈다.
 
김 센터장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영업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업장(역삼) 부근에 있는 젊은 IT 벤처 사업가들에게는 어떤 금융 상품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기존 거래처의 경우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어떤 금융 서비스가 필요할지 찾아본다”며 “그것을 토대로 작성한 제안서를 들고 고객들을 찾아가면 당장 거래가 성사되진 않는다 해도, 몇 개월 후 고객이 다시 연락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은행의 사회적 역할’도 영업의 주요 자세라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 서비스가 꼭 필요하지만 혜택을 받지 못했던 유망 업체를 발굴해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며 “기술력이 있다면 금융 취약계층이라도 앞으로도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욕지족(少欲知足)’ 한상호 KEB하나은행 영업2부 지점장
한상호 KEB하나은행 영업2부 지점장

한상호 KEB하나은행 영업2부 지점장

한상호 하나은행 영업2부 지점장은 “금융을 돈만 가지고 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내가 조금 덜 갖더라도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금융을 할 때 신뢰가 쌓이고 네트워크가 끈끈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7년 간 한 지점장이 ‘맨 땅에 헤딩’ 격으로 부딪히며 체득한 영업 철학이다. 입사 10년 만이었던 36세에 처음 영업점에 배치된 한 지점장은 당시 지점 근처 오피스 빌딩을 이 잡듯 뒤져가며 고객을 만들었다. 한 지점장 표현에 의하면 당시 전적은 100전 99패. 어쩌다 호의를 보인 단 한명의 고객에겐 그가 필요한 모든 것을 맞춰주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쌓은 영업의 비결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한 지점장은 “내가 더 양보하고 덜 가진다고 생각하면 그게 결국은 나한테 돌아오더라”며 “불교에서 말하는 ‘소욕지족’을 마음에 품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해서 안일하게 일하는 건 아니다. 한 지점장이 후배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공부’, 그리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 지점장은 ”내가 대하는 고객(기업)이 최근 어떤 사업을 새로 시도하려 하는지, 고객의 업권이 최근 어떤 흐름을 타는지 등을 공부해서 아는 게 중요하다“며 ”고객은 은행이 자신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응원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비로소 그 은행을 신뢰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지점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또 있다. 기부다. 한 지점장은 ”직원들이 단돈 만원이라도 사회에 꾸준히 기부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며 ”작은 기부를 통해서라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욕심을 덜어내면서 고객을 대할 줄 아는 은행원이 되라고 충고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후연·정용환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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