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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결승전, 연장전 3분 첫골 이끌었다···손흥민 '마지막 잔소리'

중앙일보 2018.09.02 07:00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시상식을 마친 뒤 선수들이 손흥민을 헹가래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시상식을 마친 뒤 선수들이 손흥민을 헹가래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형이 한 마디만 할게. 어떤 팀이 됐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기는거야. 뭔 말인지 알겠지”
 
지난달 29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4강 베트남전을 앞두고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26·토트넘)이 후배들에게 한 말이다.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맏형으로서 그가 한 말은 선수들에겐 큰 자극제가 됐다. 측면 수비수 김진야(인천)는 "흥민이형이 하는 말 한 마디, 행동에 많이 배웠다. 거기에 많이 일깨워서 경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 일본과의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자 손흥민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포기하지 말자.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생각하자"고 했다. 그의 말에 자극받은 후배들은 곧바로 선제골과 쐐기골을 넣었다. 연장 전반 3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연장 전반 10분 황희찬(함부르크)이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모두 골을 성공시키면서 2-1로 승리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경기 시작 전 손흥민과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경기 시작 전 손흥민과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경기 후 손흥민은 "내가 진짜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이 정말 노력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한 자신의 말을 '잔소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잔소리도 많이 하고, 나쁜 소리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걸 선수들이 부정적으로 안 받아들이고 받아줘서 금메달 땄다. 나 하나로 움직였다기보다 어린 선수들이 하나가 돼 움직였던 게 금메달을 딸 수 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말 한마디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달 18일 열린 대회 조별리그 2차전 말레이시아전이었다. 당시 대표팀이 1-2로 패하자 손흥민은 경기 후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말을 했지만 '이 팀쯤이야'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격려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따끔한 지적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다들 성인으로 프로팀에서 축구하는 선수들이다. 언제까지 다독일 수 없다"면서 쓴소리를 예고했다.
 
그리고 "우리가 독일을 이긴 것이 역사에 남듯이 우리가 말레이시아에 패한 것 역시 선수들의 커리어에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했다. 이 말은 곧 선수들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선수들 대부분 "말레이시아전에서의 패배가 좋은 자극제가 됐고, 큰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손흥민이 경기를 승리로 마친 후 한국 관중석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손흥민이 경기를 승리로 마친 후 한국 관중석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을 앞두고선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4강에서 1-4로 패한 걸 거론하면서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에 1-4로 진 게 말이 되냐. 박살내서 갚아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선수들을 자극했다. 경기 직전엔 "우리가 하면 두려울 팀이 없다. 두려워하지 말고 하자. 경기장에 나갈 때는 축구하러 나가는 게 아니라 전쟁하러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치열한 '대접전' 속에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4-3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베트남과 준결승전을 앞두고선 "어떤 팀이 됐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기는 거야. 누가 됐든 도와줘야 해. 경기 뛰는 사람, 안 뛰는 사람 모두 하나가 되는 거야"라면서 '원 팀(one team)'을 독려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금메달을 딴 손흥민과 황의조 등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금메달을 딴 손흥민과 황의조 등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일본전을 앞두고서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일본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눈빛을 보면서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선수들 모두 승리에 배고픔을 느끼고 있다"면서 "나부터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못 하면 바보"라고도 했던 그는 결국 한일전에서 목표했던 걸 이루고 후배들과 환하게 웃었다.
 
손흥민의 '잔소리'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금메달을 딴 뒤에도 '잔소리'를 했다. 후배들에게 "이거(금메달) 땄다고 만족하지 말고,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희생하자"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축구를 빛낼 수 있는 방법으로 유럽 진출을 이야기했다. 그는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런 선수들이 빨리 유럽에 나가는 걸 시도했으면 좋겠다.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않아야 한다"면서 "선수들도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치비농=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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