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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슈] 올가을엔 번들거리는 입술은 No

중앙일보 2018.09.02 00:58
 립스틱 짙게 바르는 가을이 왔다. 매년 가을이면 붉은색 립스틱이 주요 컬러로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올가을에는 컬러보다 질감이 이슈다. 이른바 매트(mat) 립, 무광택 입술이 인기를 끌 예정이다.  
올가을에는 입술에 광택감을 줄여야 세련된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다. 입술 주름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정도로 보송보송한 마감이 돋보이는, 이른바 '매트립'이다.[사진 랑콤]

올가을에는 입술에 광택감을 줄여야 세련된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다. 입술 주름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정도로 보송보송한 마감이 돋보이는, 이른바 '매트립'이다.[사진 랑콤]

 
매트립의 유행은 지난 시즌을 뜨겁게 달구었던 ‘MLBB’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 MLBB는 ‘내 입술이지만 조금 더 나아보이는(My Lips But Better)’이라는 의미다. 즉 내 입술처럼 자연스럽지만 조금 더 예쁜 입술을 연출하는 메이크업 방식이다. 자연스러운 입술을 연출하기 위해서 가장 배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과한 컬러, 그리고 과한 광택감이다.  
 
한때 입술 메이크업을 위한 최고의 도구로 립글로스가 주목받던 시절도 있었다. 인위적으로 입술의 촉촉함을 강조하기 위해 광택 있는 제형으로 입술을 코팅했던 때다. 삼겹살 기름으로 오인당할 만큼 번들거리는 입술이 아름답다고 여겨졌다.  
 
지금은 트렌드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광택이 거의 없어 입술 주름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정도의 ‘매트(mat)’한 마감이 대세가 됐다. 그렇다고 무작정 건조해 보이지는 않는다. 수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광택감만 배제한, 즉 부드러운 마감을 강조한 제품들이 대거 나오면서다. 부드러운 느낌이지만 광택감은 없는 ‘벨벳’과 같은 천의 질감을 떠올리면 쉽다.  
마치 벨벳처럼 매끈하면서도 보송하게 마감된 입술이 대세다. [사진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마치 벨벳처럼 매끈하면서도 보송하게 마감된 입술이 대세다. [사진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광택감은 확 줄인 대신, 색은 MLBB가 유행했던 때보다 선명해졌다. 누드 컬러나 말린 장미 컬러의 유행이 지나고 지난봄 주홍빛이 감도는 케첩 레드가 주목받았다면 이번 가을에는 다소 차분해진 레드가 주목받을 예정이다. 정직한 레드 컬러부터 벽돌색이 감도는 어두운 레드, 베이지 레드, 와인빛레드까지 스펙트럼은 넓다.  
올 가을에는 정직한 레드부터 베이지 레드, 벽돌색 레드, 와인 빛 레드까지 다채로운 레드 컬러가 주목받을 예정이다. 사진은 매트한 질감의 레드 립스틱을 바른 가수 선미. [사진 선미 인스타그램]

올 가을에는 정직한 레드부터 베이지 레드, 벽돌색 레드, 와인 빛 레드까지 다채로운 레드 컬러가 주목받을 예정이다. 사진은 매트한 질감의 레드 립스틱을 바른 가수 선미. [사진 선미 인스타그램]

 
이런 트렌드는 지난봄 공개됐던 2018 가을 겨울 패션 위크 백스테이지에서 먼저 포착됐다. 에르뎀, 로샤스, 보테가베네타, 돌체앤가바나 등의 쇼에서 모델들은 번들거리는 광택이 없이 입술에 착 달라붙은 듯한 붉은 입술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특히 에르뎀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아티스트 발 갈랜드는 입술 라인을 불명확하게 그려 약간 번진듯한 붉은 입술을 연출해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왼쪽부터 돌체앤가바나, 에르뎀, 보테가베네타 무대에서 선보인 모델들의 메이크업이다. 공통적으로 광택은 줄고 색은 선명한 붉은 입술이다. [사진 각 브랜드]

왼쪽부터 돌체앤가바나, 에르뎀, 보테가베네타 무대에서 선보인 모델들의 메이크업이다. 공통적으로 광택은 줄고 색은 선명한 붉은 입술이다. [사진 각 브랜드]

로샤스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지 알렉산더는 “입술을 벨벳처럼 만들기 위해 립 펜슬로 입술을 채우고 마지막에는 붉은색 가루(피그먼트)를 뿌려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립 펜슬이나 크래용으로 입술을 바르고 붉은색 가루를 뿌려 벨벳 질감의 선명한 레드립을 연출한 로샤스의 모델들. [사진 로샤스]

립 펜슬이나 크래용으로 입술을 바르고 붉은색 가루를 뿌려 벨벳 질감의 선명한 레드립을 연출한 로샤스의 모델들. [사진 로샤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신제품 출시 소식도 활발하다. 특히 ‘매트(mat)’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들이 많다. 랑콤은 ‘압솔뤼루즈 드라마 마뜨(matte)’ 제품을 내놨다. 파우더와 오일을 결합해 기존 립스틱보다 한층 매트한 질감이 특징이다. 비디비치는 ‘밀레니얼 매트 피버 립스틱’을 선보였다. 색상은 선명하고 무광 마감에 부드럽게 발리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컬러 파우더와 오일을 섞어 보송보송하면서도 부드러운 입술을 연출해주는 바비브라운의 ‘럭스 매트 립 칼라’도 있다. 클리오는 레드가 아닌 차분한 오렌지 코랄 컬러의 ‘매드매트립’을 선보였다. 부드럽게 발리지만 세련된 느낌의 무광으로 마무리된다는 설명이다.  
'매트(mat)'를 내세운 제품들. 랑콤 압솔뤼 루즈 드라마 마뜨, 바비브라운 럭스 매트 립 칼라, 비디비치 밀레니얼 매트 피버 립스틱. [사진 각 브랜드]

'매트(mat)'를 내세운 제품들. 랑콤 압솔뤼 루즈 드라마 마뜨, 바비브라운 럭스 매트 립 칼라, 비디비치 밀레니얼 매트 피버 립스틱. [사진 각 브랜드]

 
매트 립스틱의 장점은 색이 선명하게 발린다는 점이다. 맑은 수채화가 아니라 유화처럼 불투명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색의 선명성을 극대화한 제품이 많다. 이를 위해 립스틱에 파우더 성분을 넣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파우더가 들어가면 색이 선명해지고 보송보송한 질감을 낼 수 있지만 건조해지는 부작용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오일 성분을 더해 발림을 부드럽게 하고 색이 오래가도록 한다. 국내 화장품 제조사인 코스맥스의 서윤원 마케팅팀 팀장은 “얼마나 선명하게 발색이 잘 되는지가 립스틱을 구매할 때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직관적으로 색상을 소구하는 제품과 패키징이 보편화됐다”고 전했다. 뷰티 편집숍인 신세계 시코르의 김예원 바이어는 “고객들 사이에서 매트 립스틱은 발색이 좋은 립스틱으로 통한다”며 “무광 마감뿐 아니라 컬러를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무광 립스틱의 최대 장점은 색이 선명하다는 점이다. [사진 바비브라운]

무광 립스틱의 최대 장점은 색이 선명하다는 점이다. [사진 바비브라운]

 
아직은 가을의 문턱이지만 립스틱 매출도 호조를 보인다. 올리브영은 “전월 동기 대비 8월 15일에서 8월 30일까지 립스틱 매출이 15% 성장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인기 상품에는 3CE 벨벳 립틴트, 페리페라 잉크 더 에어리 벨벳 등 무광 마감에 벨벳 질감의 제품들이 이름을 올렸다. 롯데백화점 화장품 잡화 부문 천현숙 바이어는 “찬바람이 불면서 틴트나 립글로스보다는 크래용이나 립스틱, 립 팔레트 등 색상이 선명한 매트 립스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요즘 출시되는 매트 립스틱은 보송한 마감은 물론 보습력과 지속력을 보완한 제품들이 많아 고객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무광 립스틱의 건조함을 보완하기 위해 오일을 함유해 매끄럽게 발리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제품이 많다. [사진 비디비치]

무광 립스틱의 건조함을 보완하기 위해 오일을 함유해 매끄럽게 발리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제품이 많다. [사진 비디비치]

요즘 출시되는 무광 립스틱은 매끄럽게 발린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글로시한 제품보다는 바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반 립스틱보다 건조한 데다 색상이 워낙 선명해 잘 못 바르면 마치 입술을 따다 붙인 듯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미영 실장은 면봉을 활용하는 노하우를 전한다. 일단 립스틱을 입술 전체에 바른 후 면봉 끝에 피부에 사용한 파운데이션을 약간 묻혀 입술 라인을 정돈한다. 마지막으로 스펀지로 입술과 피부 경계를 두드려 자연스럽게 펴주면 된다. 무광 립스틱을 바르기 전 입술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과정도 필요하다. 피부 화장을 시작할 때 입술에는 바셀린이나 립 오일을 듬뿍 발라놓고 피부 화장이 끝날 때쯤 티슈로 닦아낸 뒤 립스틱을 바르면 된다. 무광 립스틱을 바르고 난 뒤에는 광택이 나지 않는 밀랍 제형의 립밤을 가장 건조해지기 쉬운 부위인 입술 안쪽에 약간 발라두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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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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