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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이 장현수에게 “대표팀 함께 그만두자”고 말한 이유는?

중앙일보 2018.08.31 15:11
신태용 감독이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에 참석해 러시아 월드컵 경험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에 참석해 러시아 월드컵 경험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치르며 겪은 에피소드와 심적 부담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신 감독은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2018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러시아 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남긴 유산에 대해 각 분야별로 집중 분석한 이날 회의에서 신 감독은 이용수 세종대 교수 겸 한국축구과학회장이 미리 준비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생각과 소신을 밝혔다.
 
신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중앙수비수 장현수(FC 도쿄)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 뒤 기성용이 부상을 당해 독일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그는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장현수를 불렀다. 기성용의 빈자리에 기용하기 위해 의견을 듣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직후 장현수(맨 오른쪽)을 안아주는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직후 장현수(맨 오른쪽)을 안아주는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장현수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앞선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연달아 선보여 국내 축구팬들의 악플 공세에 시달린 그는 “(멕시코전을 마친 뒤) 한숨도 못 잤다. 내가 팀에 보탬이 안 되는 상황이니 독일전에 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신 감독은 “장현수에게 ‘SNS 보니’라고 물어봤다. 장현수가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에 ‘보지 마라. 그거 보면 자살할 것이다. 나는 너보다 (여론의 비난이) 더 심하다. 우리 독일전 열심히 치르고 한국 돌아가면 같이 대표팀에서 물러나자’고 말해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함께 물러나자’는 표현으로 에둘러 위로한 신 감독의 의중을 눈치챈 장현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며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장현수는 독일전에서 무난한 수비를 선보이며 2-0 완승에 힘을 보탰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가 잘 하면 칭찬하다가 한 번 못하면 죽일 놈이라 욕을 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면서 “감독으로서 이런 상황에 대해 내색할 수 없었다. 그저 허허 웃으며 장난을 쳤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로 건너가기 전부터 많이 두드려 맞아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였다”면서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는 선수들이 잘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경기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경기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총평을 묻는 질문에 신 감독은 “갈수록 각 포지션에서 특색을 갖춘 선수가 줄어든다.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벨기에 공격수 에덴 아자르는 드리블을 하면서 상대 수비수를 향해 질주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피해가려고만 한다. 어릴 때부터 드리블을 잘 하지 않으니 두려워하고 자신감도 없는 것”이라면서 “부디 학원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기본기와 기술 향상에 힘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들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선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내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이 대표팀에 대해 물어본다면 전임 감독으로서 그간 겪은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줄 의향이 있다”는 말로 축구대표팀 감독 출신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다 하겠다는 각오도 함께 내비쳤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신태용 감독은 "중요한 대회를 앞둔 선수들에겐 지나친 비난을 자제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은 "중요한 대회를 앞둔 선수들에겐 지나친 비난을 자제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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