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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 군대가면 경기력 줄어들까…한국전쟁 다녀온 메이저리거

중앙일보 2018.08.31 13:26
Focus 인사이드 
 
여타 종목에도 메이저라는 명칭이 붙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는 북미 지역의 최상위 야구 리그를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미국 리그임에도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최종 이벤트의 명칭이 월드시리즈(World Series)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만큼 실력으로도, 시장으로도 세계 최고다. 박찬호의 진출 이후 현재 추신수ㆍ류현진ㆍ오승환ㆍ최지만 등이 활약을 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올림픽 한국 야구선수 병역 논란
2차대전·한국전쟁 참전 메이저리거
전쟁 다녀온 뒤에도 신기록 이어가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흔히 야구를 기록의 경기라고 하다시피 메이저리그에서 수립된 각종 기록도 흥미를 북돋는 요소다. 올 시즌 추신수의 52경기 연속 출루 기록이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역사가 15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기록들이 존재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홈런처럼 타이틀이 붙은 부문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중에는 투수의 다승 기록도 상당히 귀하게 취급받는다.
 
통산 타율 .344에 현재까지 마지막 4할 타자(1941년 시즌 .406)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 테드 윌리암스. 그는 21년의 커리어에서 중간에 두 번에 걸쳐 5년을 군복무하며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는데 평양 폭격 중 격추 당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앞장서 병역을 수행했다. [사진 wikipedia]

통산 타율 .344에 현재까지 마지막 4할 타자(1941년 시즌 .406)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 테드 윌리암스. 그는 21년의 커리어에서 중간에 두 번에 걸쳐 5년을 군복무하며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는데 평양 폭격 중 격추 당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앞장서 병역을 수행했다. [사진 wikipedia]

 
야구는 미세하나마 좌우의 차이가 있는 종목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적은 좌완 투수의 기록을 별도로 관리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좌완으로 최다승을 올린 이는 통산 363승(좌우 합쳐 6위)의 워렌 스판(Warren E.Spahn)이다. 지난 1999년 제정되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좌완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 이름이 ‘워렌 스판’이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될 정도다. 요즘은 한 시즌에 한 명 정도가 나올까 말까한 20승 이상도 무려 13번을 거두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만일 스판이 데뷔 초에 4년의 공백이 없었다면 월터 존슨의 417승을 충분히 깨고 역대 2위의 성적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25살이 되어서야 첫 승을 올렸을 만큼 메이저리그 데뷔가 늦어서 아깝게도 대기록을 달성할 기회를 놓쳤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출발이 지체되었던 것은 실력이 뒤늦게 만개해서가 아니라 국민으로써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좌완 투수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워렌 스판. [사진 wikipedia]

메이저리그 좌완 투수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워렌 스판. [사진 wikipedia]

 
1941년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스판은 그해 시범 경기에서 상대에게 빈볼을 던지라는 감독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거부하자 메이저리그 승격이 거부되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출중한 성적을 보여 1942년 시즌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것이 확실시 됐지만 그의 첫 승은 그로부터 4년이나 더 미뤄졌다.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미국이 제2차 대전에 참전하자 곧바로 자원입대했던 것이다.
 
 
스판은 제276전투공병대대에서 복무하며 유명한 벌지 전투와 레마겐 전투에서 싸웠고 전상까지 당했다. 많은 이들은 이 시기에 활약하였다면 더 많은 기록을 썼을 것이라 안타까워했지만 정작 그는 군복무를 경험했기에 44살까지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을 만큼 동료를 생각하는 모범적인 태도와 누구보다 앞장서서 국민의 의무를 수행했던 그를 모두가 좋아했던 것은 너무 당연했다.
 
팬들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구장 앞의 워렌 스판 동상. [사진 wikipedia]

팬들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구장 앞의 워렌 스판 동상. [사진 wikipedia]

 
이번 자카르타-팔램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야구 대표팀에 대해 엄청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대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팬들의 기저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스타라면 감당해야 할 업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스판처럼 앞장서서 먼저 의무를 다했다면‘은메달을 기원한다’는 비아냥은 처음부터 없었을지 모른다.
 

프로에게 당연히 실력이 중요하지만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도 온갖 비난을 다 받은 배리 본즈처럼 팬들의 존경을 받는 것과는 전혀 별개다. 그래서 스판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스판이 극히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많은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병역을 수행했고 전후 복귀해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혹시 병역이 경기력과 커리어에 악영향을 준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명심해야 할 반면교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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