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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의 현문우답

백성호 기자 사진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담당차장 vangogh@joongang.co.kr

아이들 싸움 말리다가 실패한 부모에게

중앙일보 2018.08.31 06:03
 
 
 
 
딸아이 둘이 싸웁니다.  
 
“지난번에 언니가 안 빌려줬잖아”  
“나는 빌려줬다고. 그 전에 네가 먼저 안 빌려줬잖아.”  
 
갈수록 싸우는 소리가 커집니다.  
도저히 안 되겠네요.  
‘심판’을 자청하며 아이 둘을 부릅니다.  
자초지종을 묻습니다.  
 
 
“어디, 아빠가 이야기를 들어보자. 누가 먼저 싸움을 시작한 거야?”  
 
동생이 말합니다.  
 
“언니가 이 인형을 안 빌려줘. 나는 저번에 빌려줬는데.”  
 
언니가 반격합니다.  
 
“아니, 그 전에 쟤가 먼저 안 빌려줬다고. 그런데 나는 왜 빌려줘야 해?”  
 
아빠는 공정해야 합니다.  
심호흡을 한 뒤 ‘첫 단추’를 찾아갑니다.  
자초지종을 파악해야 하니까요.  
누가 먼저 잘못을 했는지 찾아야 합니다.  
양쪽이 다 고개를 끄덕이는 심판, 그게 아빠의 역할입니다.  
 
“너는 그때 왜 안 빌려줬어?”  
 
그랬더니 이야기가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여름방학 숙제 할 때 너도 색연필 안 빌려줬잖아”  
“그 전에 할머니 집에 갔을 때도 언니는 공책 안 빌려줬잖아.”  
 
 
아이고, 끝이 없습니다.  
심판을 자청했다가 진퇴양난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대체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할까요.  
아무리 봐도 누가 먼저 잘못을 했는지, 더 크게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섣불리 “언니가 양보해야지”라고 했다가는 결과가 뻔합니다.  
“아빠는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문을 꽝 닫고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동생이 참아야지. 언니는 언니잖아” 했다가는 “아빠는 만날 언니 편이야. 오늘 아빠랑 안 자!”라고 할 게 뻔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수시로 부닥치는 풍경입니다.  
대체 어떡해야 할까요.  
다툼도 해결하고 두 아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해법 말입니다.  
 
 
어찌 보면 소소한 일입니다.   
그런데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입니다.  
 
왜냐고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런 상황을 숱하게 마주치게 될 테니까요.  
 
 
그때는 색연필이나 인형을 빌려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닐 겁니다.  
좋은 것과 싫은 것, 내 편과 네 편, 내가 보는 선과 악을 놓고 다투게 될 테니까요.  
그 상대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직장 동료나 경쟁자, 혹은 부모나 자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인생에서 마주칠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먼저 짚어봤습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걸까. 
 
옳은 건 동생 쪽도 아니고, 언니 쪽도 아니더군요.  
아이들이 싸우지 않고 사이 좋게 잘 지내는 게 옳은 쪽이었습니다.  
저는 생각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니 말이 맞을 수도 있고, 동생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빠가 보기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건 너희 둘 다 작은 마음을 쓰고 있다는 거야. 언니 말이 맞다고 해도 싸워야 하고, 동생 말이 맞다고 해도 싸워야 하잖아. 결국 둘 다 마음 상하고, 한 명은 눈물을 흘리게 될걸.”  
 
씩씩거리던 아이들이 저를 쳐다보며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지금껏 내놓았던 ‘아빠표 얼렁뚱땅 해법’과 좀 달랐나 봅니다.
 
 
“솔직히 아빠는 누가 옳고, 누가 틀린지 모르겠어. 중요한 건 너희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러려면 너희가 큰 마음을 써야 해. 내가 옳다, 동생이 옳다고 따지는 마음보다 더 큰 마음. 내가 옳은데도 양보할 수 있는 마음. 그걸 써야 해. 쉽진 않아. 할 수 있겠어?”  
동생이 노려보며 묻습니다.  
“내가 왜 그런 마음을 써야 해?”  

 
“그래야 네가 큰 사람이 되니까. 마음이 큰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겠니. 그렇게 되려면 지금부터 큰 마음을 쓸 줄 알아야지. 그런 마음을 한 번씩 쓸 때마다 너희 마음이 더 커지는 거야.”  
 
 
반격이 날아올 줄 알았습니다.  
뜻밖에 조용합니다.  
수긍하더군요.  
거기서 싸움이 그쳤습니다.  
끝없이 달려갈 것 같던 싸움이 거기서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그게 ‘큰 마음의 힘’이라고 봅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만납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소화불량에 걸리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스트레스는 삶의 소화불량입니다.  
그런 스트레스도 ‘큰 마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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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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