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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작년 11월 종전선언 제안, 트럼프·김정은 수용”

중앙일보 2018.08.31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문정인. [연합뉴스]

문정인. [연합뉴스]

문정인(사진)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1월 종전선언의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문정인 “적대관계 청산 등 담아”
비핵화 완료까지 정전협정 유지
주한미군 철수론 근거 될 수 없어
북 “종전선언 먼저” 요구로 꼬여

미국 싱크탱크의 세미나에 참석 차 워싱턴을 찾은 문 특보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처음 제안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흔쾌히 수용한 카드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특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선언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밝힌 뒤 4개 항으로 구성된 구체적인 종전선언 안을 마련했다. 1항은 관련국 정상이 모여 한국전쟁 종전을 공식 선언하는 상징적 조치를 규정했고, 2항은 ‘남북, 북·미 간 적대 관계의 청산’으로 구성됐다. 여기엔 한·미 연합훈련의 지속 중단과 전략자산 전개 중지, 평양·워싱턴에 북·미 연락사무소 교차 설치와 미국의 대북 핵 및 재래식 위협 중단 성명 등이 포함될 수 있다. 3항은 평화협정 체결 이전엔 한시적으로 유엔군사령부·군사분계선 등 기존 정전협정과 부속 조치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4항은 북한 비핵화가 완료될 때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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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특보는 “따라서 우리 종전선언 제안은 사실상 평화협정의 전문 성격으로 허투루 만든 게 아니다”며 “3항·4항에 따라 유엔사 지위가 유지돼 주한미군 주둔 철수를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으면 현재 정전체제가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하고 한·미 동맹도 해체된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 특보에 따르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의 첫 부분인 1항에 ‘새로운 북·미 관계의 수립’이 담기며 일이 꼬였다. 북한은 북·미 관계 수립이 우선인 만큼 이를 위한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약속을 한 것으로 북한은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특보는 종전선언 순서를 놓고 벌어진 교착 상태에 대해 “단단히 꼬여버렸다”고 우려했다.  
 
반면에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종전선언의 순서가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할 의도가 없다는 게 핵심”이라며 “북한은 여전히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한·미 훈련 중단, 대북제재 완화와 주한미군 철수의 구실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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