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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냉장고 “오래된 고기로 이런 요리 어때요”

중앙일보 2018.08.31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31일(현지시간)부터 엿새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IFA) 2018’의 핵심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TV와 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이 AI와 만나 더 똑똑해지면서 ‘가전의 미래=AI 가전’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 최대 가전쇼 IFA 오늘 개막
가사 도우미 역할 AI 가전 봇물
삼성, 냉장고·오븐이 레시피 추천
LG는 15개 제품 ‘AI 어벤저스’ 출동

AI가 IFA나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주목받은 건 2016년 무렵부터이다. 당시만 해도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배우’였다면 불과 2년 만에 ‘원 톱’이 됐다. 올해 AI 가전의 타깃은 기존 TV·냉장고 등 의식주에서 웨어러블(입는)로봇 ·스피커 같이 움직이고 즐기는 동락(動樂) 분야로 확대됐다.
 
다니엘 하비 삼성전자 유럽지역 마케팅담당은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요리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 행태를 분석해 히트한 제품이 ‘듀얼 쿡 플렉스’ 오븐”이라고 자랑했다. 이 회사는 올 4월 각각 다른 온도와 시간을 설정해 두 개의 음식 요리가 가능한 듀얼 쿡 플렉스를 내놨다. 여기에 AI를 접목했다.  
 
31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IFA)에는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는 AI 가전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삼성전자-데이코의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연합뉴스]

31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IFA)에는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는 AI 가전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삼성전자-데이코의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연합뉴스]

먼저 삼성전자의 개방형 사물인터넷(IoT) 어플리케이션인 ‘스마트싱스’가 냉장고 재료에 맞는 레시피를 추천한다. 그리고 오븐으로 연동돼 최적의 조리 모드 제안, 예열까지 해준다. 이쯤 되면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일급 조리사인 셈이다.
 
삼성전자 AI 플랫폼인 ‘빅스비’가 탑재된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보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찾아준다. ‘밀 플래너(Meal Planner)’ 기능으로 식구의 특별 식단을 짤 수도 있다.
 
31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IFA)에는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는 AI 가전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LG클로이 안내 로봇. [뉴시스]

31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IFA)에는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는 AI 가전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LG클로이 안내 로봇. [뉴시스]

LG전자는 지난해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6개였던 AI 제품군을 올해는 의류관리기·스피커·웨어러블로봇 등을 보태 15개로 늘렸다. 이 회사의 ‘AI 어벤저스’를 총집합시킨 셈이다. 전체 4699㎡인 전시공간의 절반 이상을 AI로 꾸몄다. 냉장고는 부족한 식품을 주문하고, 냉장고 속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한다.
 
20~30대는 ‘엑스붐’ 브랜드의 스피커에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엑스 붐에게 “오케이 구글, 베를린에 있는 좋은 식당 안내해 줘”라고 물었더니 맛집 리스트를 열거했다. 이처럼 LG전자는 자체 AI 플랫폼인 ‘씽큐’는 물론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과 협업하고 있다. 개방형 전략을 통해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늘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독일의 가전업체 밀레는 알렉사를 통해 작동하고 온라인으로 세제를 주문할 수 있는 식기세척기를 선보였다. 중국 화웨이는 “‘하이 AI’(화웨이 플랫폼)와 칩셋 등을 기반으로 AI 산업을 주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AI 전문가인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AI는 2024년까지 생활 가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라며 “승부수는 플랫폼 전략과 데이터 확보, 제품 완성도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AI 플랫폼에선 아마존과 구글이 시장의 80%를 장악해 일찌감치 터줏대감이 됐다. 두 회사와 협력하는 파트너가 줄잡아 1500곳이 넘는다. 알리바바·바이두 같은 중국 업체의 추격도 거세다.
 
삼성과 LG의 전략은 구별된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사장)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빅스비와 스마트싱스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개발자들과 생태계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AI는) 개방형 혁신을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세계가전박람회(IFA)
독일 베를린에서 매년 8~9월 열리는 디지털·가전 전시회. 미국의 ‘소비자가전박람회(CES)’, 스페인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더불어 세계 3대 전자전시회로 꼽힌다. 올해는 50개국 180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베를린=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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