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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기와 아나고, 일본에서 장어를 먹는 방법

중앙일보 2018.08.30 15:00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3)

일본인과 결혼해 도쿄에 살림을 꾸린지 약 25년. 일본으로의 이주는 성공적이라고 자부한다. 한일자막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다. ‘한일 양국의 풀뿌리 외교관’이라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보다도 더 비빌 언덕이 없는 일본에서 그 사회에 젖어 들고, 내 터전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과 같은 이야기가 독자의 삶에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여름나기 음식으로 한국에 삼계탕이 있다면 일본에는 민물장어가 있다. 민물장어 하면 우나쥬(うな重)와 나고야(名古屋) 명물인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가 떠오른다. 둘 다 덮밥이지만 담아져 나오는 그릇도 다르고 먹는 법도 다르다.
 
일본식 우나기(민물장어) 덮밥. 한국에서는 바닷장어와 민물장어를 통틀어 '장어'라고 하지만 일본은 바닷장어와 민물장어의 단어 자체가 다르다. 바닷장어는 '아나고'라고 칭하며, 민물장어는 '우나기'라고 칭한다. [중앙포토]

일본식 우나기(민물장어) 덮밥. 한국에서는 바닷장어와 민물장어를 통틀어 '장어'라고 하지만 일본은 바닷장어와 민물장어의 단어 자체가 다르다. 바닷장어는 '아나고'라고 칭하며, 민물장어는 '우나기'라고 칭한다. [중앙포토]

 
한일자막번역을 하는 직업상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예능프로에 장어라는 말이 나왔을 때 민물장어인 줄 알았는데, 실은 바닷장어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민물장어와 바닷장어를 통틀어 ‘장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단어 자체가 다르다. 민물장어는 ‘우나기(鰻/うなぎ)’, 바닷장어는 ‘아나고(穴子/あなご)’라고 한다. 그래서 오역을 피하려면 영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대화 내용을 분석해 판단해야 한다. 일본에서 ‘우나기’라고 하면 민물장어를 말한다. 물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민물장어는 바닷장어보다 훨씬 비싸다.
 
한국의 복날인 일본의 ‘도요노 우시노히’
일본에는 초복·중복·말복으로 이어지는 복날이라는 것은 없지만, ‘도요노 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라는 것이 있다. 여름 보양식으로 민물장어를 먹는 날이다. 도요(土用)는 땅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토왕(土旺)을 의미하는 것으로 입춘·입하·입추·입동으로 절기가 바뀌기 전의 18일 동안을 말한다. 우시노히(丑の日)는 12지신으로 표시하던 날 중에 하나로 '소날'이다. 즉, '토왕의 소날'이다. 1년에 4번 계절마다 있는데, 지금은 '도요노 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하면 여름을 연상하고 민물장어를 떠올린다. 
 
두 번 있는 해도 있고 한 번일 때도 있다. 이유는 토왕 기간은 18일이고 12지신으로 표시되는 날짜는 12일이기 때문에 일주하고 남게 된다. 그래서 타이밍이 맞으면 소날이 이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2018년은 여름은 7월 20일과 8월 1일 두 차례 있었으나, 내년 여름은 7월 27일, 단 하루로 끝난다. 
 
이날은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선 도시락을 비롯한 민물장어구이가 손님을 기다린다. 전문점은 일 년 중 가장 바쁠 때이기도 하다. 도쿄에만 900개에 달하는 전문점이 있다고 하니 평상시부터 장어를 즐겨 먹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이 다 민물장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집 남자들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비싼 민물장어 집에 가는 돈이면 고기 먹으러 가겠다는 식이다. 아무래도 건강 걱정이 많은 중장년층에게만 사랑받는 요리가 아닐까 싶다.
 
나고야 명물 히츠마부시. 도쿄에서 먹어도 손색이 없다. 동그란 뚜껑을 열면 나타나는 민물장어 구이에 탄성이 터진다. 왼쪽 아래에 있는 밥그릇에 조금씩 덜어가며 먹는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것은 실처럼 뽑은 다시마로 만든 국. 중간에 있는 양념 접시에 있는 것은 김, 깨, 차조기, 고추냉이다. 이것으로 세가지 맛의 장어를 즐길 수가 있다. [사진 양은심]

나고야 명물 히츠마부시. 도쿄에서 먹어도 손색이 없다. 동그란 뚜껑을 열면 나타나는 민물장어 구이에 탄성이 터진다. 왼쪽 아래에 있는 밥그릇에 조금씩 덜어가며 먹는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것은 실처럼 뽑은 다시마로 만든 국. 중간에 있는 양념 접시에 있는 것은 김, 깨, 차조기, 고추냉이다. 이것으로 세가지 맛의 장어를 즐길 수가 있다. [사진 양은심]

 
딸만 둘인 친구는 남편과 딸들이 민물장어를 싫어해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다며 속상해한다. 말이 나온 김에 8월이 가기 전에 우리끼리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우리는 히츠마부시를 시켰다. 우나쥬는 사각형 도시락 같은 그릇에 나오지만, 히츠마부시는 동그란 그릇에 담겨 나온다. 국과 단무지 외에 잘게 자른 김과 차조기(시소), 깨, 고추냉이(와사비), 육수가 곁들여 있어 세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우선 민물장어는 잇몸만으로도 먹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부드럽다. 다음은 고추냉이를 얹으니 민물장어의 느끼함이 사라지고 깔끔한 맛으로 변신한다. 육수를 끼얹어 오차즈케(국밥)로 말아 먹어 보았다. 술술 들어간다. 우나쥬가 너무 기름지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에도시대 후기부터 여름에 민물장어 먹어
일본에서는 '우'로 시작하는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습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우나기(민물장어)'가 여름철 보양식이 되었다. [중앙포토]

일본에서는 '우'로 시작하는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습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우나기(민물장어)'가 여름철 보양식이 되었다. [중앙포토]

 
일본에서 민물장어를 일반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1700년대 후반 에도시대였다고 한다. 가을에서 겨울까지가 제철이다. 그럼 언제부터 여름에 즐겨 먹는 풍습이 자리 잡았는가. 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에도시대 후기 여름만 되면 파리를 날리던 민물장어집 주인은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한 학자 히라가 겐나이(平賀源内)를 찾아가 어찌하면 좋겠냐고 상담을 한다. 히라가 겐나이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써주며 가게 앞에 붙이라고 했다.
 
‘금일, 토왕의 소날(本日,土用の丑の日/혼지쓰, 도요노 우시노히).’ 풀어 말하면 ‘우시노히(丑の日)에 ‘우’자로 시작하는 ‘우나기(민물장어)’를 먹으면 여름 타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덕분에 민물장어 집은 성황을 이루었고, 그 이야기가 입소문이 나 다른 식당도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여름철 풍습이 됐다.
 
성황을 이룬 배경에는 우시노히(丑の日)에 ‘우’로 시작하는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동, 우메보시(매실을 소금에 절인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금일, 토왕의 소날(本日,土用の丑の日)’은 일본 최초의 카피로 전해지고 있다.
 
같은 일본이라 해도 장어 조리법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과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에 따라 다르다. 관동지방은 등을, 관서지방은 배를 가른다. 그 이유로 관동지방은 무사 문화가 강해 할복을 연상하게 하는 배를 가르는 것을 꺼리고, 관서지방은 상인문화가 발전했기 때문에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서 온 것이 아니냐는 일설이 있다.
 
내년은 7월 27일이 민물장어 먹는 날
민물장어는 조리법이 어려워 전문가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꼬치 끼우기 3년, 손질법 8년, 굽는 일 평생 이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이다. [중앙포토]

민물장어는 조리법이 어려워 전문가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꼬치 끼우기 3년, 손질법 8년, 굽는 일 평생 이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이다. [중앙포토]

 
민물장어는 조리법이 어려워 전문조리사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꼬치 끼우기 3년, 손질법을 익히는데 8년, 굽는데 평생’이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이다.
 
올해는 가을의 문턱에서 민물장어를 먹었다. 폭염에 지친 몸이여 살아나라. 내년 여름 ‘도요노 우시노히’는 딱 하루다. 7월 27일. 놓치지 말고 제때에 먹을 수 있기를.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작가 zan32503@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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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심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작가 필진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 일본인과 결혼해 도쿄에 살림을 꾸린지 약 25년. 일본으로의 이주는 성공적이라고 자부한다. 한일자막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다. ‘한일 양국의 풀뿌리 외교관’이라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보다도 더 비빌 언덕이 없는 일본에서 그 사회에 젖어 들고, 내 터전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과 같은 이야기가 독자의 삶에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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