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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기뻐할 '최고의 선물' 자식들은 알고 있을까

중앙일보 2018.08.29 07:01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41)
며칠 전 딸아이네 집에 가니 딸이 스피커폰으로 통화 중인데 뭔 대화를 하는지 매우 즐거워 보인다. 궁금증이 더해져 방 앞에서 몰래 들어봤더니 남동생이랑 둘이서 엄마의 회갑 선물을 의논 중인데 황당하기가 이를 데 없다.
 
“요즘 안마의자가 대세인데 엄마는 절대 싫대. 곧 옷걸이 된다고.”
“현금으로 하는 건 어때?”
“그건 성의 없지.”
“금목걸이가 좋잖아.”
“금보다는 다이아몬드지 ㅋ”
“그럼 다이아몬드로 하자 ㅎㅎ”
“엄마가 좋아하는 걸로 해야지.”
“선물이란 내가 엄마를 생각해서 하는 내 마음의 선물이야.”
“난 내가 하고 싶은 걸로 할 거야.”
“그러니 뭐 할 거냐?”
“차가 너무 작은데 차를 바꿀까?”
“그것도 괜찮네.”
“벤츠 어때?”
“좋아. ㅋ"
“근데 엄마가 작은 차를 몰다가 큰 차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건 엄마 사정이지 ㅎㅎ”
“좋아~ 유지비는 내가 댈 테니 일단 보내봐 ㅋ”
 
누가 보면 자식들이 엄청 잘 살고 잘하는 줄 알겠다. 하하하. 자식의 마음은 누구라도 자기 부모에게 최고의 것으로 선물해주고 싶을 것이다. 말로라도 최고의 선물을 해주고 싶어 하는 두 녀석의 대화에 마음이 짠했다.
 
어떤 자식이라도 자기 부모에게는 말뿐이어도 최고의 것을 선물하고 싶을 것이다. [중앙포토]

어떤 자식이라도 자기 부모에게는 말뿐이어도 최고의 것을 선물하고 싶을 것이다. [중앙포토]

 
선물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옛날 일이 생각난다. 세상의 많고 많은 부모 중에 제 자식이 귀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마는 가난한 우리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세상이 뒤집히지 않고서는 우리가 갑부는 될 수 없을 테니 철들 때부터 밖으로 내몰아 제 쓸 용돈은 벌어서 쓰라며 아르바이트를 시켰다.
 
경제를 알아야 돈의 귀함도 알고 씀씀이도 알아서 할 것이고 비빌 언덕도 보탬도 못 되어주는 우리는 어느 책에서 본 한 구절을 우리 인생에 부쳐놓고 살기로 했다. 그 내용은 “가난한 부모일수록 자식들 앞에서 기죽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이쪽에서 저쪽으로 헤엄쳐 가더라도 강섶에 우뚝 서 있는 부모가 지키고 있으니 힘이 나서 건너가기라도 한다”는 대목이었다.
 
우리는 뻔뻔스럽게 그냥 부모라는 이름으로만 서 있었지만, 그 책의 한 구절처럼 기죽지 않고 살았다. 아이들도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 크니 부모 마음을 이해하고 무엇이든 부모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아들이 중학생 때 집 앞 마트에서 방학을 이용하여 아르바이트했다. 마트 사장에겐 미리 말해둔 특별 취업이어서 그냥 며칠간 노동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덩치가 큰아들이 일을 엄청 열심히 했는지 어깨를 두드리며 큰 격려와 함께 알바비랑 선물도 들려 보냈다.
 
그날 전화가 와서 자기가 번 돈으로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물로 사 갈 거라며 기대하라고 큰소리쳤다. 제 용돈으로 써도 모자랄텐데 기특하고 행복한 마음이었다.  어디서 빨간 내복을 찾아 사 오려나, 야한 속옷을 사 오려나, 화장품일까? 하며 저녁을 준비하고 있으려니 아들의 발소리가 그날따라 무겁게 들려 왔다.
 
“우하하하~~ 어머니! 내가 돈을 벌어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사 왔습니다. 짜잔!” 하며 들어선 아들의 어깨엔 20kg짜리 쌀포대가 얹혀 있었다.
 
결혼한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은 물질적인 것보다 자기들끼리 잘 사는 것, 즉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사진 pixabay]

결혼한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은 물질적인 것보다 자기들끼리 잘 사는 것, 즉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자수성가해 잘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선물이라 늘 감사하고 고마운 아이들이다. 결혼한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은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 이야기’이다. 현금, 선물 다 좋지만, 자식이 결혼해 아들딸 낳아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고 가장 큰 선물인데 양쪽 어른들 눈치 보느라 부부 사이도 소원해진다. 부모들은 물질적인 것보다 자기들끼리 잘사는 것이 선물이라 말해줬으면 좋겠다.
 
아마 이글을 며느리가 읽는다면 제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선물로 보낼 것이다. 그것이 금보다 다이아몬드보다 벤츠 자동차보다 훨씬 좋은 최고의 회갑 선물 맞다. 그래도 부자 친구의 자식들은 좋은 선물을 많이 사 드려 시장경기라도 활성화되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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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옥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필진

[송미옥의 살다보면]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평범한 할머니로 지낸다. 지식은 책이나 그것을 갖춘 이에게서 배우는 것이지만, 인생살이 지혜를 배우는 건 누구든 상관없다는 지론을 편다. 경험에서 터득한 인생을 함께 나누고자 가슴 가득한 사랑·한·기쁨·즐거움·슬픔의 감정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쓴다. 과거는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이웃과 함께 남은 인생을 멋지게 꾸며 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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