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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학교폭력을 ‘모른 척’하는 학생들

중앙일보 2018.08.28 00:19 종합 29면 지면보기
성시윤 교육팀 기자

성시윤 교육팀 기자

지난해 2학기 이후로 학교폭력을 목격한 초중고교생은 13만3000명.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나오는 수치다.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전체 학생 중 93.5%인 399만명이 온라인 조사에 응했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폭력을 목격하면 어떻게 할까.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는 10명 중 3명(30.5%)은 “모른 척했다”고 답했다. 이런 학생이 4만500여 명이다.
 
지난해 2학기 이후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5만명. 전체 학생의 1.3%다. 피해 응답률은 첫 조사였던 2012년 12.3%였는데, 2016, 2017년 0.9%로 줄었다가 이번에 1.3%로 늘었다.
 
피해 응답률만 가지고는 학교폭력이 ‘심해졌다’ ‘줄었다’를 논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에 민감해지면 ‘피해 응답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전 같으면 학교폭력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예방 교육을 잘하는 학교일수록 피해 응답률이 높게 나올 수 있다. 그게 교육의 효과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학생 5만명 중 1만명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라 생각해서’(23.9%), ‘더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17.8%), ‘스스로 해결하려고’ (16.9%), ‘해결이 안 될 것 같아’(15%), ‘창피해서’(6.1%), ‘어디에 알려야 할지 몰라서’(5.6%) 등이 이유였다. 피해 학생 중에서 학교폭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거나, 신고하면 괴롭힘을 더 당할까 봐 두렵거나, 혹은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절실한 것이 목격자의 도움이다.
 
그런데 ‘모른 척’ 학생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15~17년엔 20% 안팎이었다. 이번에 30.5%로 지난해보다 10.2%포인트 뛰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른 척한 이유는 ‘어떻게 할지 몰라’(34%), ‘같이 피해를 볼까 봐’(21.7%), ‘나와 관계없는 일 같아’(11.3%), ‘도와줘도 해결이 안 돼서’(12.3%) 등이다.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 피해자는 물론 목격자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대표는 이 결과를 이렇게 해석했다.
 
학생 10명 중 3명이 학교폭력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학교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 사회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은 이들, 그들을 도우려 했던 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것을 아이들도 알아서였을까. 학교폭력을  ‘모른 척’한 것은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모두 어른들 잘못이다.
 
성시윤 교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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