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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시시각각] 정부와 사교육 연애하나요?

중앙일보 2018.08.28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양영유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대입 정책의 완패’. 일요일인 26일 오후, 대형 학원이 마련한 2022학년도 대입 설명회장을 가보고 내린 결론이다. ‘정시 30% 룰’을 앞세운 정부의 대입 개편이 발표(17일)된 이후 사교육이 처음 연 설명회엔 구름 인파가 몰렸다. 대부분 중 3년생과 학부모들이었다. 학원 마케팅용 책자가 불티났다. 정부가 입시를 건드리면 사교육만 커진다는 불멸의 법칙이 작렬했다.
 

정시 30% 룰은 실속 없는 허구
대입 불신 여전, 누가 책임지나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는 공정하고 단순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사교육도 잡고 학생 부담도 줄어들 거라 믿었을 터다. 그래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 개편 전권을 맡겼다. 그러나 공론화까지 거치며 1년간 난리 친 결과는 불안감과 불신감 팽창이었다. 대입 설명회장이 미어터진 이유다. 오죽하면 진보단체와 전교조까지 김 장관에게 등을 돌렸겠나.
 
김 장관은 사면초가다. 경질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가 경질된다고 ‘정시 30% 룰’이 함께 경질되는 건 아니다. 교육부의 입시 갑질은 계속될 것이다. 이미 장관은 대학 총장에게, 관료들은 입학처장에게 정시 확대를 압박하는 시그널을 보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내신 30%’ 강요의 데자뷔다. 당시엔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전국 대학 총장 152명을 청와대로 부른 그해 6월 26일이 절정이었다. “내신 확대는 사회적 합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응 조치하겠다”고 몰아세웠다.
 
김신일 전 교육부 장관의 회고. “대통령이 입시를 직접 챙겼다. 내신 얘기는 장관이 해야지 직접 하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그래야 대학이 무서워한다고 하더라.”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따라 하지 않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어정쩡한 대입으로 사교육이 들썩이는데 한마디도 논평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국민연금, 탈원전, 쓰레기 대란 등 여러 경제·사회 이슈를 직접 챙겨온 대통령인데 말이다. 전국 47만 중 3년생과 학부모는 그걸 더 의아해한다.
 
결론적으로 정시 30% 룰은 허구다. 입시 설명회장에서도 그 근거가 제시됐다. 적용 대상이 서울대(현재 20.4%)와 고려대(15.9%), 이화여대(16%) 등 몇 곳에 불과하다. 다른 상위권 대학의 정시 비율은 대부분 25% 전후다. 수시 이월 비율을 합치면 30%를 넘는다. 사실상 확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교육부도 그런 맹점을 잘 안다. 그런데도 정시가 30%를 넘으면 입시가 공정해질 것처럼 호도한다. 한편으론 두려워도 한다. 신입생 320명 전원을 수시로 뽑는 포스텍 김도연 총장처럼 30% 룰을 거부하는 대학이 많아질까 봐서다. 그럴지도 모른다. 서울대는 “교육부 권고대로 할 수는 없다. 총장이 선임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고려대도 무작정 따르기는 곤란하다는 분위기다. 대학의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교육이 헛바퀴 도는 사이 선진국은 교육혁명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영국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에듀테크(edu-tech)로 교실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일본은 교육 유신을 표방하며 교육과정을 뜯어고치고 있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유지해 온 대입 자격시험 ‘바칼로레아’를 리모델링해 학생의 창의력과 판단능력 키우기에 승부를 건다. 한데 우리는 선다형 수능과 수시·정시 비율 타령만 한다. 정시 30%가 허망한 까닭이다.
 
대입은 여전히 복잡하다. 대학 자율은 쪼그라들고, 수시 공정성은 계속 논란이며, 사교육은 다시 팽창한다. 왜 퇴행하는가. 전면 점검이 시급하다. 김 장관뿐 아니라 김수현 사회수석, 김홍수 교육비서관 등 청와대 교육라인 쇄신도 필요하다. 설명회장에서 만난 학부모의 말이 비수 같다. “보세요. 학원만 대박이죠. 정부와 사교육이 연애하나요?”    
 
양영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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