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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사기' 피해자 두 번 울린 20억원 사기범 검거

중앙일보 2018.08.27 15:23
2015년 12월 18일 대구지검 앞에서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는 '피해자 모임'을 자처하며 조희팔 사건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앙포토]

2015년 12월 18일 대구지검 앞에서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는 '피해자 모임'을 자처하며 조희팔 사건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앙포토]

 
‘국내 최대 유사수신 사기’로 알려진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피해 금액을 보상해주겠다”며 20억원의 사기를 친 단체 대표가 붙잡혔다. 조희팔 사건은 2004~2008년 전국에 10여개 피라미드 조직을 통해 투자자 3만여명을 모은 뒤, 4조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08년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를 만들어 2018년 3월까지 유사수신 사기 피해자 5000여명으로부터  20억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단체 대표 김상전(52)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바실련 명의로 ‘조희팔 피해금액 되찾기 소송’ 등을 진행한다고 홍보하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1만3000여명의 회원을 관리했다. 바실련이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댓글을 많이 달수록, 글을 많이 올릴수록 등급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되찾을 수 있는 금액이 정해진다며 참여를 유도했다. 등급이 높아져야 바실련에서 진행하는 민사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조바심을 이용했다.  
 
"기부금 내는 것이 돈 돌려받는 지름길" 꼬드겨 
김씨는  매주 1~2회 전국을 돌며 피해자 모임을 열고, ‘기부금을 낼수록 등급이 높아진다’며 회원 등급을 미끼로 기부금 납부를 유도하기도 했다. 해당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글 중 비판적인 내용은 즉시 삭제하고 게시자를 차단하는 등, 비판 여론은 철저히 차단했다. 경찰은 이 때문에 “아직도 바실련을 통해 ‘피해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피해자가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대부분 피해자는 40~60대로, 이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기부 것’이라고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사람도 100~200명 된다”며 “이 피해자들은 지금 다른 소송단에 합류하기에도 늦었고, 김씨가 돈을 찾아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서 아직 희망을 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가 “조희팔의 은닉 자금을 찾았고, 피해자 구제 자금 600억~700억원을 모아뒀다”는 부분은 모두 거짓이었으며, “민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준비한 흔적조차 없었다. 김씨는 이런 방법으로 모은 20억여원을 사무실 운영비‧활동비, 연수원(경북 성주) 건립비 등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 중 5억7000여만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첫 고발인인 C(45)씨는 “개인적으로 조희팔 소송 진행하는 사람들은 2심까지 끝났다는데, 바실련은 아무것도 한 게 없더라. 그걸 보고는 사기라고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말한 ‘연수원’도 “자금세탁 용도였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상습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를 이번주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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