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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할론 온도차 … 문 대통령·트럼프 두달째 통화 안해

중앙일보 2018.08.27 00:11 종합 2면 지면보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 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이로 인해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커진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문 대통령의 촉진자·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더 커진 게 객관적인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개성 사무소 놓고 이견 노출
폼페이오 방북 취소에 해석 갈려
전문가 “9월 남북 정상회담에 부담”
청와대 “문 대통령 역할 커져” 주장

9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기로 한 것에 차질이 없을지에 대한 질문엔 “없다. 그런 구도 속에서 일정과 안건들도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것처럼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에 종속되지 않으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및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관계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을 참석시킨 가운데 2시간 동안 폼페이오 방북 취소를 보고받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대외적으로 한국의 역할론을 강조했지만 미국 정부의 기류와는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 남북 정상회담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이 다녀온 뒤 이를 바탕으로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함께 적당한 의제를 정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는 듯한 모양새로 이어지면 미국이 협상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 큰 변수로 작용한 것 같다. 이번 취소는 (미국이) 남·북·중 모두에 주는 메시지가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도 “9·9절과 시 주석 방북, 3차 남북 정상회담 등은 미국이 아닌 남·북·중이 짠 시간표로 여기에 끌려갈 필요 없다는 판단을 미국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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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공조를 놓고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당초 이달 중 개소를 추진했던 개성 연락사무소를 놓곤 미 국무부 측이 제재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해 양국 간 이견을 공개 노출했다. 정부 일각에선 이와 관련, 연락사무소 개소가 남북 간 협의 문제로 인해 다음달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이 계속되는데 한·미 정상 간 소통은 이전보다 뜸한 점도 지적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6월 12일이 마지막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취소 직후엔 한·미 외교장관만 통화했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는 “북핵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만 발전시키는 데 대한 문재인 정부의 부담이 커졌다”며 “5월 북·미 정상회담 취소 때는 2차 남북 정상회담 자체가 일정 부분 봉합 역할을 했는데 이번엔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유도했을 때만 의미 있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일본 언론은 미·일 정상 간 소통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비핵화 진전이 없는 현시점에서는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아베 총리의 의견을 참고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지혜·강태화·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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