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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선 신재생 분야 일자리가 화석에너지 추월했다

중앙일보 2018.08.27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유럽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관이 부담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관이 부담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케아가 연간 전기요금 300파운드(약 43만원)를 절약하게 도와드립니다.’
 
지난 3월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영국 지점에 이런 안내문이 내걸렸다. 영국에선 소비자가 민간 전기회사의 상품을 골라 계약을 맺고 사용한다. 이케아가 100% 재생 에너지만으로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빅 클린 스위치’(Big Clean Switch) 사와 공동 마케팅을 벌인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때 지불하는 비용인 탄소배출권(ETS)의 유럽 가격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톤당 18.28유로로,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석연료 발전의 비용이 비싸지면서 영국에선 재생 에너지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생산 공정에서 쓰이는 전기를 재생 에너지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영국에선 점포에 태양 집열기를 달아 자신들이 쓰는 에너지의 41%를 자체 생산했다. 이케아 외에 유니레버, 코카콜라, 월마트 등도 100% 재생 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니레버는 이를 위해 폐기물 감소와 에너지 절약에 나섰는데, 이 분야에서만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억 유로(약 9057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후 변화를 생각할 때 대부분 사람은 해수면과 기온 상승, 녹는 빙하와 같은 환경적 결과를 떠올린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돈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선 산업은 물론이고 일자리를 포함해 직장 생활에까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크드인(Linkedin)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장 선호되는 기술은 클라우드 컴퓨팅, 검색 엔진 최적화 마케팅 등이다. 앞으로는 기후 변화가 미래의 노동력을 바꿀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에너지 분야에서 이런 진화가 등장했다고 BBC가 전했다.
 
지난 2014년 1/4분기 영국에서 풍력·태양·바이오에너지·수력·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채용 공고가 전체 에너지 분야 채용공고의 32.9%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51.5%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의 일자리 창출 규모가 역전된 것이다.
 
영국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비율은 지난해 30%까지 올랐지만, 석탄 사용 전기 생산 비율은 7%로 급락했다. 글로벌 유가 하락으로 석유 산업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지난해 육지 풍력 발전량이 전년 대비 175%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가 생겨났다.
 
조지워싱턴대 타라 싱클레어 교수는 “이런 변화는 고용주와 구직자가 모두 기후변화에 관심을 보인 결과이기도 하다”고 BBC에 말했다. 다니엘 그리거 기후변화협회(ACCO) 회장은 “교량 등을 짓는 토목공학만 해도 지금까지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강우량을 예상하거나 6월에도 가뭄이 들 것이라는 계산은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이런 변수를 처리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따라 임금도 변하고 있다. 2016년 구인회사 Acre 등이 실시한 근로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책임 및 지속가능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유럽이나 북미에 거주하고, 평균 연봉이 6만1000파운드(약 8760만원)였다. 응답자의 12%는 10만 파운드(약 1억4360만원) 이상을 받았다. 설문에 참여한 영국 정규직 직장인의 평균 연봉이 2만8000파운드인데 책임 및 지속가능 분야 직장인은 평균 5만7000파운드로, 두배에 달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책을 저술한 앤드루 윈스턴은 “20년 전 모든 사람이 컴퓨터를 다뤄야 한다고 했고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소셜미디어를 아는 게 필수라고 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기후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홍보대행사 콘 커뮤니케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7%는 그들이 신경 쓰는 문제에 대한 기업의 자세를 보고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3분의 2가 일자리를 고를 때 회사의 사회적·환경적 약속을 본다고 밝혔다.  
 
2016년 한 연구는 기온 상승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쳐 2030년까지 세계 경제에 2조 달러 이상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윈스턴은 “글로벌 대기업 중 지속 가능성이나 기후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렇게 하지 않고 사업을 운영할 수도 없다”고 진단했다.
 
BBC는 “이게 바로 골드만 삭스에서 페이스북에 이르는 기업의 경영진이 미국의 파리 기후협약 탈퇴에 분노하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대응 정보공개 요청에 한국 200대 기업 70%가 모르쇠
지난 2000년 세계 금융기관들은 기후변화가 기업에 기회이자 위기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기업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느냐를 투자 변수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에 본부를 두고 세계 주요 상장기업을 상대로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를 시작했다. 기업에 질의서를 보내 기후변화를 다루는 책임자가 있는지, 경영 전략에 기후변화를 반영했는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얼마나 달성했는지 등을 매년 조사한다.
 
현재 91개 국가 7000여개 기업이 현황을 공개 중이다. 한국도 CDP 한국위원회 사무국이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을 조사하는데,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 기업의 응답률이 매우 낮다. 지난해 미국(500개 기업 대상)과 유럽(300개 기업 대상)의 응답률이 각각 70%, 86%였고 일본(500개 기업 대상)이 56%였던데 반해 한국은 26%에 그쳤다.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해외에서 CDP가 기업의 환경 인식 지표로 자리잡으면서 수출 기업 등을 중심으로 참여가 늘고 있다. 반면 지난해 SK이노베이션, S-Oil 등 에너지 기업들의 응답률은 0%였다. 현대중공업 등 대형 제조업체와 원자재 기업인 고려아연, 영풍, 한화케미칼 등도 응답하지 않았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 관련 기사 BBC How climate change could transform the work fo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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