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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은 실재하지 않고 서버 머릿 속에 있을 뿐

중앙일보 2018.08.25 13:00
[더,오래] 이효찬의 서빙신공(5)
“당신이 스타 서버라면 진상 고객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해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한 번도 진상 고객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진상 고객이냐 아니냐는 서빙하는 사람의 생각에 달려있기 때문이죠.”

 
스트레스는 받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사진 pixabay]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사진 pixabay]

 
그리고 3년 정도가 흐른 지금에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는 받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행동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우리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언제가 술을 많이 마신 한 손님이 매장 안에 있는 화분에다 토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다른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은 인상을 찡그리며 손으로 코를 잡으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우리 가게에 일하는 동료들도 웬일이야 하면서 싫어하는 기색이었다. 그래서 손님을 바깥으로 이동시키고 주변 테이블에 양해를 구함과 함께 토한 것을 빠르게 치웠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술집을 하기 때문에 술을 먹는 손님이 있는 것이고, 술을 먹기 때문에 토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즉 토한 내용물을 치우는 것은 서빙하는 사람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테이블을 닦을 때 기분이 불쾌하거나 잔돈을 거슬러줄 때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을 내지 않는다. 이유는 스스로 생각한 자기 일 범주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즉 자기가 해야 할 일에 포함된다면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다.
 
이런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췌장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 기저귀를 두 달 정도 찬 적이 있다. 그때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고 능수능란하게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이다. 서버의 직업적 특성상 나는 눈짓, 톤, 몸짓 등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려고 한다. 간호사들은 스트레스가 동반된 행동이 아니었다.
 
고비를 넘겨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하고 화장실을 가게 되었을 때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미화원이 세면대 유리에 물이 너무 튀었다며 화를 내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그 간호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국 스트레스의 강도는 일의 경중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임시방편이고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법이다. 예를 들어서 ‘왜 손님이 추운 겨울에 문을 안 닫고 들어오는 걸까’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걸로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문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또 하나의 예로 ‘저 손님은 나를 서빙한다고 무시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면 서빙이란 직업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그 손님의 기질이나 평소의 태도가 문제라고 보면 된다. 혹은 본인의 서빙 태도를 복기하는 것도 좋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기준을 만들고 스트레스에 접근한다면 당신의 스트레스 지수는 분명히 낮아질 것이다. 기억하자. 스트레스는 받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스타서버 이효찬 starserving@eunha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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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찬 이효찬 스타서버 필진

[이효찬의 서빙신공] 사람들은 서빙을 가볍게 여긴다. 프랑스어 사전에서는 서빙을 ‘남을 돕다, 추진하다, 봉사하다’와 같은 긍정적인 정의가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서빙신공’을 만들었다. 이 서빙신공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팁 문화도 생기길 바란다. 동료의 마음을 얻으면 진짜 파트너가 되어 주고, 손님의 마음을 얻으면 단골이 된다. 마음을 훔치는 진짜 서빙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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