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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이즈 감염 60%는 '동성끼리'…정부통계, 현실과 다르다”

중앙일보 2018.08.25 12:05
붉은 콘돔으로 만든 에이즈 [연합뉴스]

붉은 콘돔으로 만든 에이즈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보고하는 에이즈(AIDS)추계가 현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동성간 성접촉보다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에이즈 감염이 많다고 해왔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는 분석이다.  
 
25일 연세의대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 등 국내 7개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2006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18세 이상 HIV 감염인 1474명(남 1377명, 여 97명, 평균나이 41.7세)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대한내과학회지 최근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의 성접촉은 동성간 34.2%, 양성간 25.9%, 이성간 34.6%로 각각 집계됐다.
 
이외의 감염 경로는 수혈 및 혈액제제, 마약주사 공동사용, 감염 경로 모름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국내에서 동성간 성접촉으로 볼 수 있는 에이즈 감염이 전체의 61.1%에 이르며, 이는 기존 정부의 조사 결과와 반대의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동성간 성접촉 범주에 양성간 성접촉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김준명 교수는 "양성간 성접촉은 의학적인 분류"라며 "동성간 성접촉을 주로 하면서 극히 드물게 이성간 성접촉을 하는 상황에 해당하는 만큼 동성애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젊은층으로 갈수록 두드러졌다.
 
18∼29세 에이즈 감염자 291명 중에는 동성간·양성간 성접촉은 각 50.5%, 21%로 모두 71.5%였다.
 
특히 18∼19세(14명)에서는 이런 비율이 92.9%(동성간 71.5%, 양성간 21.4%)에 달했다. 30·40·60대 연령층에서도 동성간·양성간 성접촉이 모두 50%가 넘었다. 50대의 경우 46.1%였다.
 
이처럼 모든 연령대에서 동성간, 양성간 성접촉이 이성간 성접촉보다 많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에이즈 감염 경로가 보건당국의 조사결과와 다르게 나타난 이유로 역학자료 수집 과정에서의 조사방법 차이를 꼽았다.
 
질병관리본부 집계 때는 감염인이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동성애자라는 낙인 등을 두려워한 나머지 관할 지역 보건소 직원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솔직하게 밝히지 못했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병원 치료 과정에서 주치의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솔직하게 감염 경로를 밝혔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젊은 층에서 동성간 성접촉에 의한 HIV 감염인이 급증함으로써 서구에서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명 교수는 "일반적으로 감염인과 이성간 성접촉을 한차례 했을 때 HIV에 걸릴 확률은 0.04∼0.08%지만, 동성간에는 이런 감염 확률이 1.38%로 17.3∼34.5배가량 높다"면서 "특히 젊은 동성애자는 나이가 든 동성애자보다 HIV에 걸릴 위험성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젊은층의 에이즈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출 청소년의 성매매와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동성애 사이트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국가 인권위원회가 인터넷 동성애 사이트를 유해매체에서 뺄 정도로, 정부가 젊은층의 동성간 에이즈 감염 확산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에이즈와 관련된 잘못된 통계를 바로잡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특히 젊은층의 HIV 감염을 줄이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관리와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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