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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보기 달인' 미어캣, 생존 비결?···보초병엔 성차별 없다

중앙일보 2018.08.25 09:00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미어캣. 집단 생활을 하는 미어캣은 소수가 망을 보고 나머지는 먹이 습득에 주력한다. [사진 취리히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미어캣. 집단 생활을 하는 미어캣은 소수가 망을 보고 나머지는 먹이 습득에 주력한다. [사진 취리히대]

귀를 쫑긋 세우고 뒷발을 꼿꼿이 들고 먼 곳을 응시한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갑자기 덮칠지 모르는 포식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바로 ‘망보기 달인’ 아프리카 미어캣의 행태다.
 
미어캣은 3~50마리가 모여 집단생활을 포유류다.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이 미어캣의 고향이다. 보초병을 세우는 독특한 습성 탓에 동물 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각종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로 쓰인다. 보초병이 소리를 지르며 경고를 보내면 먹이를 찾던 미어캣은 포식자를 피해 땅굴로 몸을 숨긴다. 
 
 
몸길이가 50㎝에 불과한 미어캣의 포식자는 땅 위 하이에나를 비롯해 하늘 위 독수리 등 다양하다. 이런 포식자를 미리 발견해 경고하는 게 보초병의 역할이다. 이들이 보초병을 두는 이유는 먹이와 연관이 있다. 미어캣은 땅속을 뒤져 벌레나 유충을 잡아먹는다. 먹이를 찾는 동안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있으니 포식자를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보초병을 두는 미어캣 행태에 대한 비밀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대 라모나 라우버 박사 연구팀은 미어캣 집단이 경험 많은 보초병을 더욱 신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23(현지시각)을 내놨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 사이언틱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테마동물원 주주 사육사가 미어캣을 안고 있다. 집단 생활을 하는 미어캣은 역할을 나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집단을 유지한다. [중앙포토]

테마동물원 주주 사육사가 미어캣을 안고 있다. 집단 생활을 하는 미어캣은 역할을 나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집단을 유지한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서 2016년(3월~6월)과 2017년(3월~5월) 미어캣 9개 집단을 관찰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미어캣의 성별과 나이를 확인했다. 그런 다음 보초병으로 역할 한 횟수 등을 기록했다. 미어캣 집단에선 1~2마리가 보초병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맡는데 미어캣 사이의 교대 시간도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보초병을 자주 맡는 경험이 풍부한 미어캣은 다른 미어캣보다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보초병 역할을 맡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교대 시간 차이는 확인하지 못했다. 
   
라모나 라우버 박사는 “성별이나 나이 차이에 따른 보초병 교대 시간 차이는 확인하지 못해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험이 많은 미어캣이 보초병 경험이 적은 미어캣보다 2배 더 많이 보초 근무를 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어캣들이 보초병 경험이 많은 미어캣을 더욱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말했다.
 
두 발로 서서 망을 보고 있는 미어캣의 모습. [중앙포토]

두 발로 서서 망을 보고 있는 미어캣의 모습. [중앙포토]

 
이번 연구는 미어캣 집단의 역할 분담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미어캣은 공동 육아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먹이 습득 가능성을 높인다. 미어캣 집단이 보초병 제도를 운용하는 건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보 공유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이렇게 절약한 사회적 비용은 먹이 습득에 사용한다. 라우버 박사는 “포식자 정보는 집단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라며 “보초 경험이 많은 미어캣의 대피 정보를 신뢰하는 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먹이 습득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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