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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역사, AG 첫 銀… 설움 속 일군 남자 카바디의 '작은 기적'

중앙일보 2018.08.25 06:00
24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결승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대한민국은 이란에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뉴스1]

24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결승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대한민국은 이란에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뉴스1]

 
협회가 만들어진 지 11년. 실업팀은 0. 그럼에도 땀으로 이룬 아시안게임 은메달.
 
한국 남자 카바디대표팀이 금메달 이상의 가치있는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아름답게 마쳤다.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이란에 15-26으로 패한 한국은 역대 최고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결승에선 패했지만, 한국 남자 카바디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성과는 실로 놀라웠다. 조별리그에선 '종주국' 인도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패배를 이끌어냈고, 준결승전에서 파키스탄을 꺾고 처음 아시안게임 결승 무대까지 올라섰다.
 
조재호 한국대표팀 감독은 "한국 카바디가 아시아에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었다. 우린 처음 시작할 때 다른 나라처럼 운동만 하는 게 아니고, 체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입문해서 평소엔 공부하고, 주말을 활용해서 함께 훈련하는 식으로 운동해왔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전통스포츠에서 파생된 카바디는 생소한 점을 들어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었다. 협회도 2007년에 만들어졌고, 대학을 중심으로 팀이 꾸려졌지만 주로 동호회 팀처럼 운영되는 게 많았다. 등록 선수도 1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결승 한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수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결승 한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수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한국 카바디는 조용히 성장을 거듭했다. 2013년 인천 실내무도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시작해 이듬해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로 세계 카바디계를 놀라게 했다. 또 2016년 인도 월드컵에서도 3위까지 올라섰다.
 
2013년 인도에 진출한 이장군(26)은 "한국 카바디의 장점은 어느 팀보다 팀워크가 끈끈하단 점이다. 개개인별로 자존심이 강한 인도와 달리 한국은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공격과 수비 능력이 좋고, 그게 팀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인도 무대 진출 첫해 연봉 300만원에도 "종주국에서 제대로 배워보자"는 집념 하나로 버틴 이장군처럼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 꿈을 키웠다. 카바디 선수만 전문적으로 하면서 돈을 벌 수 없다보니 국내에 있는 선수들은 물리치료사, 헬스 트레이너 등의 직업을 병행해야 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일부 선수들은 끝내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대한체육회의 준가맹단체여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지 않고, 선수들이 많이 있는 부산 지역에서 훈련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마스코트 인형을 높이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마스코트 인형을 높이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재호 감독은 "꾸준히 연구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열정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의 집념은 혹 훗날 선수 생활을 그만 둔다 하더라도 인생에서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카바디는 선수 10명이 인도 리그에 진출할 만큼 종주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린 이장군은 "진천선수촌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선수들에게 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비록 최고의 자리는 아니었지만, 훗날 한국 카바디가 열매를 맺는 씨앗을 뿌린 측면에선 매우 뜻깊은 아시안게임이었다. 조 감독은 "카바디는 상대 공격수를 막으려면 선수들이 손잡고 수비를 해야 한다. 그만큼 공존과 상생의 스포츠다. 보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카바디에 관심을 갖고 배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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