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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탐사] 박상기 ‘SNS 계정’ 발언 뒤 … 예멘인들 흔적 지우기 잇따라

중앙선데이 2018.08.25 01:30 598호 3면 지면보기
난민 옥석 가릴 수단 무력화 
지난 18일 취업자 교육을 받기 위해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이하 제주 출입국청) 1층에 모여든 예멘인들 손에는 마약 복용 여부 검사를 위한 소변 채취용 앰플들이 쥐여졌다. 제주 출입국청은 법무부 방침에 따라 현재 제주도에 체류 중인 예멘인 465명 전원에 대해 마약 복용 여부를 검사하고 입국 전 범죄 경력을 확인하기 위해 본인 동의를 받는 대로 검사와 조회를 의뢰하고 있다.
 

체류 중인 465명 면접 진행률 66%
범죄 경력 조회, 마약 검사도 한계
SNS가 위험 요인 포착할 유력 자료
‘출도 제한’ 임시방편에도 불안 여전

지난 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이 같은 절차가 포함된 난민심사 강화 대책을 공식화했다. 난민법 폐지에 관한 국민청원 참여자가 70만 명을 넘어서자 답변에 나선 박 장관은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반영해 난민신청자의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이 강화됩니다.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 엄정한 심사를 진행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제주 체류 예멘인들에 대한 심사 완료 시점을 “9월 말”로 예고했다. 그러나 이때까지 위험 인물들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 지연된 심사, 서류·면접 한계 뚜렷=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제주로 향하는 에어아시아 직항편이 개설된 이래 예멘이 무사증 대상국에서 제외된 지난 6월 1일 이전까지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지위를 신청한 예멘인들은 모두 549명(올해 기준)이다. 이들 중 일부가 이미 서울·부산 등지로 떠난 뒤인 4월 30일 법무부는 제주에 남아 있는 490명에 대해 출도 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후 병원 치료 등이 필요한 7명을 뭍으로 보냈고 18명은 인도적인 이유로 해외로 출국해 현재 제주도에는 465명이 남아 있다.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면접 심사는 지난 6월 25일에야 시작됐다. 난민 신청 이유와 인적 사항 등을 기재해야 하는 신청 서류가 A4 16장에 이르다 보니 면접 심사 착수 시점이 늦어졌다는 게 제주 출입국청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면접 진행률은 66% 정도다. 지금은 7월 시작한 범죄 경력 조회, 마약 반응 검사와 면접 심사를 병행하는 상황이다.
 
법무부의 면접 심사는 외교부·유엔난민기구(UNHCR)가 제공한 ‘국가정황정보’를 토대로 신청자들에게 ‘인종, 종교, 국적,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인정되는지, ‘비정치적 중대 범죄’ 등을 저지르는 등 난민 제한 사유는 없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그러나 서류·면접 심사만으로 위험 요인을 걸러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난민 재판을 경험한 한 부장판사는 “국제기구의 자료나 언론 보도 등으로 내전국이나 빈곤국의 정치·경제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문서들은 위·변조됐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난민 신청 사유의 개연성을 중심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 사라지는 SNS 흔적들=범죄 경력 조회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법무부는 최근까지 제주 체류 예멘인 197명에 대해 이들이 입국 전 경유했던 19개국에 범죄 경력 조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비정치적 중대 범죄’ 이력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정작 예멘은 조회 요청 대상 국가에서 빠졌다. 2015년 내전 발발 후 치안과 사법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데다 주예멘 대사관이 철수하는 등 양국 간 외교 관계도 마비됐기 때문이다. 경유지에서 체류 기간이 짧은 이들의 경우 해당 국가에 범죄 경력을 조회하는 게 무의미하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입국한 40대 남성이 예멘에서 부인을 죽인 뒤 한국행을 택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출입국 당국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마약 반응 검사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 마약 범죄를 다뤄 온 수사 당국 관계자는 “소변 검사로는 통상 일주일 이내 투약한 성분만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입국한 지 3개월 이상 지난 예멘인들이 국내에 카트를 밀반입하지 않았다면 이 검사로 상습성 등 ‘위험 요인’을 걸러내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SNS는 사실상 개인들의 위험 요인들을 포착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다. 그러나 본지와 리직스가 SNS 분석 작업을 벌인 지난 한 달여 동안 제주 체류 예멘인들 사이에선 총기를 휴대하거나 카트를 섭취하는 사진들을 자신의 계정에서 삭제하거나 계정 자체를 폐쇄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민웅기 리직스 대표는 “국가 기관이 보유한 공적 데이터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내전국 출신 인물의 경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가 사실상 개인의 이력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장관의 발언으로 대상자들이 어떤 수단과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는지 알게 되는 순간 유력한 방법이 무력화되기 시작한 것이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을 통해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한 뒤 다음 난민심사부터 SNS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는 공개된 게시물에 대한 분석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 출도 제한의 딜레마=난민 심사를 둘러싼 불안감의 확산을 막고 있는 건 임시 방편으로 내려진 출도 제한 조치다. 예멘인 465명 외에도 난민 지위를 신청한 인도인 100여 명과 중국인 300여 명도 이 조치로 덩달아 제주에 발이 묶인 상태다. 출도 제한이 길어지면서 난민 숙소 주변에서는 주민들과 보호단체 간 갈등이 빈발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 서울시 등 육지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출도 제한이 풀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주 출입국청에는 출도 제한 해제 시기를 묻는 서울시 등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난민 심사 제도의 이념과 출도 제한의 취지가 충돌한다는 점이다. 난민법에는 난민신청자들의 거주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을 뿐 거주·이전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출도 제한은 ‘법무부 장관이 공공의 안녕질서나 대한민국의 중요한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거소나 활동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 22조를 근거로 한 조치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심사가 끝나면 출도 제한을 풀 수 밖에 없지만 불안감이 대도시로 확산될까봐 법무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예멘서 총기 보유 정황 드러나면 사유·경위 철저히 파악 심사 반영” 
 
범죄·불법·무섭다·위협…. ‘소셜매트릭스’로 조사한 결과 최근 한 달간 SNS에서 ‘예멘’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이다. SNS에 드러난 예멘인들의 과거 총기 보유 및 마약 복용 실태 등은 국민의 우려가 근거 없는 공포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난민심사 강화 방안도 이 같은 우려에 대한 반응이다. 중앙SUNDAY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이 방안의 운용 방향에 대해 법무부 난민과에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예멘에서 총기를 보유했던 사실이 확인되면 어떻게 조치하나.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관계기관에서 테러 연계 혐의를 검증 중에 있다. 본국에서 총기를 보유했거나 특정 인물 또는 단체에 지지 성향을 보인 신청자에 대해서는 그 사유 및 경위 등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다. 향후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심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내전 중인 상태라 예멘에서 저지른 ‘비정치적 범죄’ 확인은 어려울 것 같다. 
“예멘 체류 당시 저지른 범죄 사실 조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제3국을 거쳐온 이들에 대해선 확인 가능한 범위까지 찾아보려 한다.”
 
예멘에서 마약(카트)을 복용했어도 입국 후 하지 않았다면 적발이 어렵다. 
"예멘에서는 카트 복용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본국에서 복용한 것을 우리가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므로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수사를 의뢰하고 난민심사에도 고려할 예정이다.”
 
SNS 계정 제출 의무화 방안 발표 후 난민들의 SNS 게시물 삭제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방안은 난민법에 근거 규정을 마련한 뒤 시행할 계획이다. 법을 개정하면 내용이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청원 답변에도 포함시켰다. 향후 난민심사 과정에서 신청자가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했거나 계정을 폐쇄하는 등 사실 은폐 흔적이 발견될 경우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것이며 합당한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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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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