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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영재센터 지원도 뇌물” 형량·벌금 늘어난 박근혜 2심

중앙선데이 2018.08.25 01:15 598호 5면 지면보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항소심에서 1심(징역 24년)보다 무거운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대법원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이날 재판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내세운 ‘묵시적 청탁’ 프레임까지 받아들이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묵시적 청탁 존재” 1심 판결 뒤집어
이재용 부회장 상고심 영향 줄 수도
최순실 징역 20년, 안종범은 감형
일각선 “궁예 관심법 망령 살아나”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했으며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묵시적 청탁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서울고법 판결뿐 아니라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 때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날 재판부는 2015년 6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2800만원)도 ‘제3자 뇌물’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얻을 목적으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을 주도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을 건넸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은 총 86억원으로 1심보다 14억원 증가했다.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형량과 벌금이 늘어난 이유다.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했던 말 세 필도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검팀은 말의 실소유권이 최씨에게 있다고 주장한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계약서에 따라 소유권은 삼성에 있다”고 맞서 왔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던 것도 항소심 재판부가 “말 세 필의 소유권(36억원)은 여전히 삼성이 갖고 있고 말을 무료로 쓰게 해준 ‘불상의 이익’만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수도 1심의 절반인 3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받지만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형으로 줄어든다. 법원이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판단할 경우 이 부회장이 징역 5년형 이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전직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이 부회장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1년 이상 지난한 법정 다툼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이었던 1심 선고에 비해 벌금이 20억원 늘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원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대부분 범행이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이고 사익을 추구한 건 아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재판을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치가 무너졌다. 용서하지 않겠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도 재판부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데 대해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 망령으로 되살아났다”고 반발했다.
 
김영민·조소희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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