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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솔릭’ 진로 오락가락, 기상청 헛다리 왜

중앙선데이 2018.08.25 01:02 598호 7면 지면보기
24일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대구 시내 하늘. 구름이 걷히고 모처럼 맑은 모습이다. [연합뉴스]

24일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대구 시내 하늘. 구름이 걷히고 모처럼 맑은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진로를 잘못 예측한 기상청이 ‘오보청’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은 맞혔는데 … ” 비난 빗발
96시간 경로는 한국 예측이 앞서
데이터 해석하는 예보관 경험 중요

기상청은 태풍 솔릭의 상륙을 불과 4시간가량 앞둔 지난 23일 오후 7시 태풍이 전남 서해안을 거쳐 전북 군산 인근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전만 해도 태풍이 충남 서해안에 상륙해 수도권을 강타할 것으로 봤지만 갑자기 태풍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상륙 지점을 남쪽으로 조정한 것이다.
 
반면 일본 기상청은 이날 아침부터 태풍의 예상 상륙 지점이 전남 목포가 될 것으로 예보했다. 실제로 솔릭은 이날 오후 11시쯤 목포에 상륙했다. 여기에 기상청은 상륙을 불과 30분 앞두고서야 급히 진로를 수정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의 진로에 대해 일본의 예측이 한국 기상청보다 더 정확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상에서는 “차라리 일본 기상청의 자료를 번역만 하는 게 낫겠다”며 기상청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실제로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접근한 이후 일본 기상청은 한국 기상청이나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보다 한발 앞서 상륙 지점을 정확하게 맞혔다.
 
그렇다면 일본 기상청이 항상 한국 기상청보다 정확할까. 지난해 발생한 27개 태풍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예측 정확도를 분석한 결과 24시간 예보 기준으로 일본의 예보 오차가 82㎞로 가장 정확했다. 미국과 한국은 각각 85㎞, 93㎞였다. 반면 96시간 예보에서는 한국이 313㎞로 오차가 가장 작았고 미국과 일본은 각각 322㎞, 335㎞로 비슷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발생한 제14호 태풍 ‘야기(YAGI)’의 진로는 한국 기상청 예측이 제일 정확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한국은 물론 일본 기상청도 시간대마다 예상 경로를 자주 바꾼다”며 “태풍 예보가 양궁처럼 과녁을 맞히는 거라면 몰라도 반경이 300㎞ 달하는 상황에서 30~40㎞ 정도를 큰 오차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 기상청의 실력이 일본 기상청에 비해 뒤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태풍은 위성과 레이더 등을 통해 관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국에서 개발한 수치예보모델을 적용해 경로를 예측한다. 태풍 예측 모델이 나라별로 다를 수 있단 얘기다.
 
여기에 각국별 모델을 통해 얻은 결과를 태풍 예보관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예보 역시 달라진다. 그만큼 태풍 예보관의 경험과 역량이 중요하다. 한국은 2015년부터 자체적으로 태풍의 베스트 트랙(best track·최적진로)을 생산한 것과 달리 미국과 일본은 1950년대부터 베스트 트랙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현재처럼 위성과 레이더에만 의존해서는 태풍의 정확한 특성이나 강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기상청은 태풍 솔릭이 관측 공백 지역인 해상에서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자 분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해 초 기상항공기를 도입했지만 이번 태풍에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제주에 도달하기 2~3일 전에 기상항공기를 띄워 항공 관측을 시도했지만 기체가 작다 보니 태풍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서 드롭존데(Dropsonde)를 떨어뜨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드롭존데는 항공기에서 태풍 중심에 떨어뜨리는 관측 장비다. 박종길 인제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태풍이 오면 항공기를 띄우고 드롭존데를 떨어뜨려 태풍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예측도를 높이고 있다”며 “태풍을 입체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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